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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story] 깐부에서 형님으로, 젠슨 황이 서울을 고른 이유
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오늘 방한 나흘째이자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오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DS부문장을 포함한 삼성전자 경영진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다. HBM 공급 협력 방안이 핵심 의제로 거론된다. 이후 SK 서린빌딩,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여의도 LG 트윈타워, 경기 분당 네이버 1784 사옥을 차례로 돌며 각 그룹 경영진을 연달아 만난다. 저녁에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 참석해 국내 AI·로봇 관련 기업들과 자리를 함께한다. 5일 오후 1시 40분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입국한 이후 나흘. 이 짧은 시간에 그가 만난 기업과 사람들을 보면 이번 방문의 목적이 보인다. 7개월 만에 다시 온 이유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깐부치킨'에서 치맥 회동을 가졌다. 그 만남이 '깐부회동'으로 불리며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이번엔 7개월 만의 재방문이다. 차이가 있다. 이번엔 별도 행사 참가 없이 한국 파트너 기업들만을 겨냥한 순수 사업 목적 방문이다. 회동이 예정된 국내 기업만 9곳이 넘는다. GTC 타이베이 2026을 마치고 대만에서 곧장 서울로 직행했다. 컴퓨텍스 현장이었던 대만에서도 6월 1일 저녁 SK하이닉스, 삼성전자, LG사이언스파크, 두산로보틱스, 네이버클라우드 핵심 관계자들과 포차 회식을 먼저 가졌다. 그리고 서울로 넘어왔다. 5일 홍대 인근 삼겹살집 '형님저요'에서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열었다. 젠슨 황은 취재진 앞에서 즉석 연설을 통해 "GO SK, GO LG, GO 네이버"를 외쳤다. 참석자들은 "호우"로 화답했다. 2차는 BBQ치킨이었다. 깐부에 이어 형님까지, 엔비디아가 직접 고른 상호들은 우연이 아니다. 7일에는 최태원 SK 회장과 저녁,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는 점심을 함께했다. 페이커, 두산 베어스 시구…왜 게임과 야구인가 입국 첫 일정이 PC방이었다. T1이 운영하는 홍대 PC게임방에서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만났다. 잠실야구장에서는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에서 시구를 했다. 6일에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녹화를 마쳤다. 방영은 6월 10일이다. 엔비디아 CEO가 국내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겉으론 친선 방문처럼 보이지만 속에는 계산이 깔려 있다. 두산 베어스는 두산그룹 계열사다. 두산로보틱스가 이미 엔비디아와 로봇 AI 협력 논의를 진행 중이고, 젠슨 황의 장녀 매디슨 황이 4월 29일 두산로보틱스 연구센터를 먼저 방문한 바 있다. 야구장 시구는 두산과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각인시키는 자리였다. 크래프톤, 엔씨소프트와의 회동도 예정됐다. 피지컬 AI를 위한 게임 데이터가 목적이다. 한국에서 필요한 게 뭔가 젠슨 황은 GTC 타이베이에서 직접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입니다. 에이전틱 시스템, 로봇 시스템, 피지컬 AI를 구현하는 데 있어 데이터 확보가 가장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 말이 이번 방한 일정 전체를 설명한다. 반도체는 기본이다. 삼성전자와의 HBM 공급 협의, SK하이닉스와의 차세대 메모리 협력.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삼성과 SK의 HBM 없이는 엔비디아도 칩을 만들 수 없다. 삼성 HBM4 수율 안정화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영현 부문장과의 만남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자동차는 피지컬 AI의 주무대다. 현대차 양재 사옥 방문은 아이오닉 자율주행과 로봇 데이터 협력을 위한 자리다. 네이버 1784는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설계됐고,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 GPU 기반 AI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LG는 로봇·가전 AI 전환이 교차점이다. 게임 데이터는 피지컬 AI 학습의 새로운 원천이다. 가상환경에서 로봇이 움직이는 법을 배우는 데 게임 엔진과 게임 데이터가 핵심 역할을 한다.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가 명단에 들어간 이유다. 한국이 왜 계속 선택받는가 젠슨 황은 GTC 타이베이에서 "서울이 원한다면 기꺼이 서울에서 GTC를 열겠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GTC가 열리는 도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GTC가 열리는 도시는 새너제이와 타이베이뿐이다. 한국이 반복적으로 선택받는 구조적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메모리 반도체. 삼성과 SK하이닉스 없이 엔비디아의 칩 생산은 불가능하다. 글로벌 HBM 시장을 사실상 한국이 독점하고 있다. 둘째, 로봇·자동차 제조 인프라. 현대차·두산로보틱스·HD현대 등 피지컬 AI의 실제 적용 무대가 한국에 집적돼 있다. 셋째, 게임과 콘텐츠 데이터.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엔씨의 게임 엔진이 AI 학습 데이터의 새로운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를 팔고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관계에서, 피지컬 AI와 로봇 생태계를 함께 만드는 관계로 단계가 올라가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한국이 있다는 것을 젠슨 황은 나흘간의 일정으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