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산업의 경제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서버를 운영하는 인프라로 인식되었지만, 최근에는 AI 연산 능력을 결정짓는 핵심 산업 기반으로 평가되고 있다.
폭발적 성장하는 글로벌 시장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된 전 세계 투자액은 3,180억 달러(약 443조 원)로 전년 대비 34.7% 급증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15.5% 늘어난 3,670억 달러(약 511조 원)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업 마켓앤마켓스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가 2024년 약 241조 원에서 2030년에는 약 1,340조 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은 31.6%에 달한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만 개의 GPU와 고성능 네트워크 장비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는 연평균 최대 22%씩 증가해 2030년에는 2023년 대비 약 4배에 달하는 219GW에 달하며, 그 중 AI 데이터센터 수요는 연평균 33%씩 성장해 2030년 전체 데이터센터 수요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빅테크의 천문학적 투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800억 달러(약 111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으며,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올해 최대 650억 달러(약 90조 원)를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4대 빅테크가 지난해 2분기에만 원화 약 124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집행했다. 구글의 CAPEX는 전년 대비 70%, 아마존은 83%, 메타플랫폼은 102% 증가했다.
이 같은 투자는 단순한 서버 공간 확충을 넘어선다. MS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새 데이터센터 '페어워터2'와 위스콘신주 마운트플레전트의 '페어워터'를 전용 고속망으로 직접 연결해 하나의 'AI 슈퍼팩토리'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메타 역시 위스콘신주 비버댐에 30번째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계획으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소프트뱅크 그룹과 OpenAI의 합작으로 설립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초기 1,000억 달러를 출자하며 2029년까지 최대 5,00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에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ARM 등이 기술 파트너로 합류했다.
한국,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급부상
국내 시장도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의 데이터센터 시장은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발전으로 2023년 대비 2027년까지 공급량이 약 2.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용량은 1.3GW에 달한다.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시장은 2018년 약 2조4,000억 원에서 2028년 약 1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형 프로젝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SK그룹과 AWS의 협업이다. SK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7조 원 규모의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 내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 시설에는 최신 GPU 6만 장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규모다. AWS는 전체 투자액 중 40억 달러(약 5조4,000억 원)를 직접 투자하며, 2027년 40MW급 1차 완공을 시작으로 2029년 전체 가동, 장기적으로는 1GW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SK그룹이 이 부지를 선택한 배경에는 전력 확보 유리성이 있다. 울산 북신항에는 SK멀티유틸리티가 운영 중인 300MW급 LNG 열병합발전소가 있어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으며, SK가스가 투자한 1.2GW 규모의 LNG·LPG 복합발전소도 인근에 위치한다.
카카오도 남양주시에 약 6,000억 원을 투자해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인 'AI 디지털 허브'를 건설 중이다. LG유플러스는 파주시에 6,156억 원 규모 AI 특화형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고, 삼성SDS는 구미 삼성전자 구미1공장을 데이터센터로 전환할 예정이다. 중국 알리바바클라우드도 서울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 가동을 발표했다.
NHN클라우드를 비롯한 국내외 기업들은 경북 포항에 2조 원을 투자해 '글로벌 에코-AI 팩토리'라는 이름의 AI 데이터센터 설립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진행된다.
한국은 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로 기능할 잠재력이 크다. 싱가포르는 전력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홍콩은 정치적 리스크, 일본은 지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5G와 고품질 전력망을 구축했고 산업용 전기요금이 매우 낮아 글로벌 인프라 투자사로부터 각광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력 병목: AI 시대의 최대 난제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력이다. 2020년대 일반 데이터센터가 최대 20~30MW를 소비한 반면, 2025년대 AI 훈련 클러스터는 단일 시설에 100~300MW가 필요하다. MS의 위스콘신 캠퍼스 계획은 1GW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시설당 1~5GW를 소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약 11개월 동안 전국에서 290건의 데이터센터용 전력 사용 신청이 접수됐으며, 이 중 195건(67%)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수도권 신청 용량만 약 20GW, 원전 20기 규모에 해당하는 전력 수요가 새롭게 발생한 셈이다.
전 세계 차원에서도 전력이 데이터센터 입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4년 33GW에서 2030년까지 120GW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북부 버지니아와 피닉스 같은 전통적 데이터센터 거점은 전력과 수자원 한계점에 직면해 있으며, 새로운 송전 인프라 구축에는 허가만 7~10년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한 지역이 새로운 데이터센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캐나다 퀘벡은 북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수력 전기를 제공하며, 구글이 7억3,500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가 13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
냉각·우주… 기술 혁신도 가속
냉각 부하가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의 30~4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수냉식·액체냉각 등 고효율 냉각 기술의 도입과 전력망 보강이 병행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한계가 예상된다.
더 극단적인 해법도 모색되고 있다. 구글은 '프로젝트 선캐처(Suncatcher)'를 통해 2027년 초까지 자체 AI 반도체를 탑재한 AI 위성 2기를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릴 계획이다. 궤도상의 태양광 패널은 대기 간섭 없이 지상보다 최대 8배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며, 우주공간에서는 냉각을 위한 막대한 물과 전력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
자본 경쟁과 투자 구조 변화
대규모 초기 자본 투자가 필요한 데이터센터 특성상, 자본 조달 능력도 핵심 경쟁 요소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지만, 중소 기업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이 된다.
국내 투자 구조에서도 주목할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20~2023년 국내 데이터센터에 투자한 통신사업자 비중은 83%에 달했으나 2024년부터 2027년 사이에는 10%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재무적 투자자 비율은 17%에서 90%로 급증할 전망이다. AI 시대에 진입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자산적 가치가 공식 인정받은 결과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산업은 점점 규모의 경제와 자본 경쟁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앞으로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IT 인프라를 넘어 전력, 냉각, 자본 조달 능력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핵심 생산 설비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