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2년 3개월 만의 재대결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9·25차 통합 재건축 수주전이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의 2파전으로 확정됐다. 두 회사가 정면으로 맞붙는 건 2024년 초 부산 촉진2-1구역 수주전 이후 처음이다. 당시 그 싸움도 치열했다.
공사비는 약 4434억 원. 3.3㎡당 1010만원 수준으로 강남권 기준으로도 높은 편이다. 지하 4층~지상 49층, 7개 동, 614가구. 한강변 잠원동 입지에 반포 최고 높이 180m 타워. 반포권의 마지막 알짜 알박기 사업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 조합원 총회는 5월 30일.
삼성의 패: 브랜드와 반포 지도를 다 가져오겠다
삼성물산이 내놓은 카드는 두 가지다. 설계 완성도와 반포 내 래미안 생태계.
설계 면에서는 래미안 원베일리 협업사였던 글로벌 설계그룹 SMDP를 다시 데려왔다. 반포 최고 높이 180m 랜드마크 타워, 조합원 446명 전원 한강 조망, 5900㎡ 테마 광장, 동서남북 통경축. 숫자만 보면 인상적이다. 거기에 거실과 주방 위치를 바꿔 한강 조망과 남향 채광을 선택할 수 있는 '스위블 평면'도 제안했다. 획일적인 평면 구조에 지친 조합원들에게 꽤 솔깃한 제안이다.
더 강력한 무기는 입지 맥락이다. 삼성물산은 반포권에서 래미안 퍼스티지, 래미안 원베일리, 래미안 원펜타스를 이미 시공했거나 진행 중이다. 신반포 19·25차가 수주되면 이 단지들과 맞닿는 '래미안 타운'이 완성된다. 삼성 입장에서는 단순 수주가 아니라 반포 브랜드 지도를 완성하는 싸움이다. 조합원 입장에서도 이 선택은 단지 이름이 아니라 주변 시세 흐름 전체와 연결된 결정이다.
신용등급 AA+도 조용한 강점이다.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 이주비 금융 조건이 핵심 변수가 된 요즘, 최고 등급의 신용도는 낮은 금리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요란하게 내세우지 않아도 조합 실무진이 먼저 따지는 부분이다.
포스코의 패: 2억 현금, 분담금 제로
포스코이앤씨는 방향이 다르다. 설계 경쟁보다 돈으로 승부를 걸었다. '제로 투 원(Zero to One·021)'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전 조합원 가구당 2억 원, 총 892억 원의 금융지원금을 시공사 선정 후 조기 지원하겠다는 제안이다. 사실상 분담금이 발생하지 않는 사업 구조라고 포스코는 설명한다. 입찰보증금 125억 원을 강남 최초로 2주 선납한 것도 재무 신뢰를 먼저 보여주겠다는 포석이다.
설계 쪽에서는 네덜란드 유엔스튜디오(UNStudio)와 손잡고 한강 조망 중심 설계를 제시했다. 인근 신반포 21차 재건축을 직접 시공한 경험도 내세운다. 동네 사정을 이미 알고 있다는 현장 밀착 어필이다.
후분양 조건도 포함됐다. 선분양 리스크를 꺼리는 조합원들에게 선택지를 열어준 것이다.
관건은 조합원 구성과 통합 복잡성
이번 사업의 특수성이 있다. 신반포 19차, 25차, 한신진일, 잠원CJ 등 4개 단지를 하나로 묶는 통합 재건축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네 집합을 한 사업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뜻이다. 설계가 아무리 화려해도, 사업 진행 중 내부 갈등이 생기면 시공사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다.
삼성물산이 제안서에서 굳이 '대칭형 마스터플랜'과 '4개 단지 이해관계를 고려한 설계'를 언급한 건 이 점을 의식한 것이다. 반포권에서 통합 재건축 경험이 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의 어필이다.
포스코이앤씨의 2억 금융지원은 4개 단지 조합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조건이라 단지별 형평성 논란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현금은 말보다 설득력이 강하다.
승부처는 어디인가
결국 이번 수주전은 조합원들이 '10년 뒤 이 아파트로 뭘 얻을 것인가'를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달려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가 반포에서 어떤 시세를 형성했는지는 조합원들이 잘 안다. 래미안 타운에 편입된다는 것, 그 브랜드 프리미엄이 실거래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도 안다. 삼성물산이 굳이 숫자보다 상징성을 앞세우는 이유가 여기 있다. 분양가와 시세 차익을 계산할 때 브랜드는 꽤 큰 변수가 된다.
반면 지금 당장의 자금 부담을 줄여준다는 포스코의 제안은 이미 이주 준비를 하고 있거나 분담금 걱정이 큰 조합원들에게 직접적이다. 892억 원이 14개월 안에 실제로 지급된다면, 그 체감 효과는 브랜드 프리미엄보다 훨씬 즉각적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반포 입지에서 조합원들이 장기 프리미엄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미 자산 여력이 있는 반포 조합원들은 당장의 2억보다 10년 후 시세를 더 따진다는 논리다. 그 논리가 맞다면 삼성물산 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단 변수가 하나 있다. 통합 사업 특성상 경제적 여건이 다른 단지가 섞여 있다. 자산 여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단지 조합원들의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가 5월 30일 총회의 실제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