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해외 OTT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토종 OTT 플랫폼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D.P’, ‘오징어게임’, ‘마이네임’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이용자들을 흡수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가 9월 1일~30일 평균 4000만 모바일 기기의 20억 건 데이터(안드로이드, iOS 통합데이터 기준)를 분석한 결과, 넷플릭스가 국내 주요 유료 구독형 OTT앱 사용자수 점유율 47%를 기록했다. 웨이브가 19%로 뒤를 이었고 ▲티빙 14% ▲시즌 8% ▲U+모바일tv 7% ▲왓챠 6% 순이었다.
넷플릭스의 9월 사용자수(MAU)는 1229만 2492명으로, 전년 동기(803만 5926명) 대비 52% 증가했다. 9월 신규 설치자수는 119만 6987명으로, 이중 20대가 31%, 30대가 24%, 40대가 24%, 50대가 11%였다.
여기에 디즈니‧픽사‧마블‧스타워즈‧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막강한 콘텐츠 라인업을 가지고 있는 ‘디즈니플러스’가 내달 12일 국내 시장 상륙을 예고했다. KT와 LG유플러스와 제휴해 ▲KT모바일 ▲LG유플러스 IPTV‧모바일 ▲LG헬로비전 케이블TV에서 콘텐츠를 제공한다.
애플의 OTT 서비스인 애플TV도 다음 달 4일로 국내 출시 일정을 확정지었다. 월 6500원의 저렴한 구독료를 내세워 승부수를 띄웠다. SK브로드밴드와 손잡고 SKB 일부 셋톱박스에 애플TV앱을 제공할 예정이다.
글로벌 OTT 공룡 플랫폼들은 오리지널 K-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이용자들의 눈길 사로잡기에 나섰다. 넷플릭스는 올해 5500억 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지옥’, ‘고요의 바다’,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차기 라인업도 준비 중이다.
디즈니플러스는 ‘런닝맨: 뛰는놈 위에 노는 놈’, 드라마 ‘설강화’, ‘블랙핑크 더무비’를 예고했다. 애플TV플러스는 4일 출시와 동시에 첫 한국작품 ‘Dr.브레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토종 OTT, 틈새시장 공략 필요
해외 시장으로 눈 돌리는 중...연합 가능?
한반도에서 OTT 플랫폼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넷플릭스에 치이던 토종 OTT 플랫폼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토종 OTT가 넷플릭스의 투자 규모를 따라가기는 어렵다. 넷플릭스를 쫓겠다고 몇 백억, 몇 십억을 들여 콘텐츠를 찍었다가 만에 하나 실패하면 굉장히 큰 타격이 오기 때문”이라면서 “‘규모의 경제’를 따라가기보다 틈새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센터장은 “최근 OTT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홍콩 무협 영화나 옛날 드라마 등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특이한 아이템을 모아서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로 눈을 돌리는 방식도 고려된다. 왓챠는 지난해 일본에 진출, 앱 마켓 TOP5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티빙도 2022년 일본과 대만, 2023년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유럽 등 10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웨이브도 미국 등 국외 진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토종 플랫폼들이 연합, 몸집을 불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OTT가 연합해 해외 진출을 해야 한다는 것이 방통위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국내 OTT업체들의 결합은 만나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각자가 경쟁관계에 있으며, 독자적인 생존전략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지난 18일 진행한 ‘티빙 커넥트 2021’에서 “현재로서는 국내 OTT 간 연대 계획은 없다”면서 “물리적인 빅뱅이나 업체 간 통합은 서로 지향점이나 사업 전략이 다른 상황에서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해외 진출에 대해 티빙은 열린 제휴를 통해 사업을 키우고 싶다. 영역별, 단계별로 여러 협력을 가지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