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지혜 기자] 토종 OTT업계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거액을 쏟아붓는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 공세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조치다.
넷플릭스는 현재 국내 OTT 시장에서 독주 중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15일 발표한 것에 따르면, 올해 2월 넷플릭스의 월 사용자수(MAU)는 1001만 3283명(안드로이드OS+iOS 합산 기준)이다.
토종 OTT인 웨이브가 394만 8950명으로 뒤를 이었고, 이후 티빙 264만 9509명, U+모바일tv 212만 6608명, 시즌(Seezn) 168만 3471명, 왓챠 138만 5303명 순이었다.
넷플릭스는 이런 가운데 올 한해 5억 달러(약 5600억 원)를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기로 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포함해 총 13편의 콘텐츠가 제작된다.
콘텐츠 공룡 ‘디즈니플러스’도 올해 국내 시장 진출이 예정돼 있다. 출시 16개월 만에 전 세계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한 플랫폼이다. 토종 OTT의 위기감이 심화되는 이유다.
4000억 원 쏟아붓는 KT 이어 1조 원 꺼낸 웨이브
토종 OTT 사업자들은 독자적인 콘텐츠 제작을 통해 구독자를 확보하고 글로벌 플랫폼에 맞설 계획을 세웠다.
웨이브는 26일 2025년까지 총 1조 원 규모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OTT 업계 중 가장 큰 규모다.
웨이브는 2019년 출범 당시 2023년까지 3000억 원 규모의 제작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었는데, 여기에 7000억 원을 추가 투자할 방침이다. 웨이브의 대주주인 SK텔레콤은 1000억 원의 추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더불어 전문성 강화를 위해 콘텐츠 전략본부를 신설하고 최고콘텐츠책임자(CCO) 영입도 추진한다. 상반기 내에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개발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스튜디오도 설립한다.
시즌을 운영하는 KT도 앞서 23일 미디어콘텐츠 사업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투자를 선언한 바 있다. 약 4000억 원 규모가 예상된다.
KT는 2023년까지 원천 지적재산권(IP) 1000개 이상, 드라마 IP 100개 이상을 목표로 타이틀 당 50억~5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스토리위즈가 원천 IP를 발굴하고, 콘텐츠 전문 투자·제작·유통 법인인 KT 스튜디오지니가 콘텐츠를 기획‧제작한다.
구현모 KT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적어도 국내 사업자들 중 투자 규모가 클 것”이라면서 “얼마를 쏟아붓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사 손실이 나더라도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지원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제작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유인책도 마련했다. 넷플릭스 등 기존 OTT업체가 제작비를 지원하고 콘텐츠, IP, 2차 저작권을 가져가는 방식이었다면 KT는 처음부터 IP를 일정부분 나누고 이후에 발생하는 사업 기회도 공유할 방침이다.
CJ ENM 계열인 티빙은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400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카카오TV도 2023년까지 3000억 원을 들여 240여 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왓챠는 지난해 말 36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이를 계기로 콘텐츠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쿠팡플레이는 1000억 원 가량의 투자를 준비 중이다.
곽동균 KISDI 연구위원은 26일 본지에 “OTT를 통한 미디어 서비스에서는 보고싶은 비디오가 있는지 여부가 최우선 고려사항”이라면서 “동일한 비디오가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제공될 때는 당연히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 가격 등이 고려되겠지만 아무리 장점이 있는 플랫폼이라도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츠가 부족하면 가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콘텐츠 확보 경쟁은 1차적으로 자기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게 되겠고, 중장기적으로는 OTT 기반 미디어서비스 전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제고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