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지혜 기자] 웹툰을 불법 유통하는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 업체들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통해 불법사이트를 잡는 중이다.
웹툰가이드에 따르면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는 2017년 약 100개에서 2020년 258개로 증가했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8년 밝힌 것에 따르면, 2017년 1월~2018년 8월까지 불법복제로 인한 누적 피해액은 1조 8621억 원에 달한다. 올해까지 살펴보면 피해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이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불법 웹툰 유통사이트 ‘어른아이닷컴’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5월까지 2년간 약 26만 건의 불법웹툰을 사이트에 게시했다. 이 기간 해당 사이트의 총 페이지뷰는 23억 건에 달한다.
칼빼든 네이버-카카오...인공지능, 빅데이터가 막는다
웹툰 유통 플랫폼들은 이같은 극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은 ‘툰레이더’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웹툰에 심어진 사용자 식별 정보를 읽고 불법 이용자를 인공지능으로 탐지해내는 기술이다.
툰레이더는 웹툰 콘텐츠의 불법 업로드를 인지한 뒤 평균 10분 안에 유출자를 적발하고 재접근을 차단해낸다. 실시간으로 100개 이상의 불법 웹툰 사이트를 감시할 수도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와치타워’ 기술을 이용 중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불법 행위를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을 찾아 선제적으로 이용을 차단한다. 더불어 불법 사이트에 웹툰을 업로드하는 유저를 특정, 형사고소할 수 있다.
레진코믹스도 복제경로를 추적하는 ‘핑거프린트’ 기술로 불법복제 유포자를 직접 적발해 신고 중이다. 핑거프린트 기술은 콘텐츠를 구매한 사용자의 정보를 삽입, 해당 화면을 캡쳐해 무단 배포하는 최초 유포자를 색출해낼 수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불법웹툰 업체는 최근 줄줄이 처벌받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 7일 어른아이닷컴 운영자 3명을 상대로 진행한 1심 소송에서 전부 승소, 10억 원의 배상 판결을 얻어냈다.
어른아이닷컴은 2017년 6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에서 연재되는 작품 총 413편, 2만 6618회차 연재분을 무단으로 배포했다.
웹툰작가들은 불법 웹툰 유포 사이트 ‘밤토끼’ 운영진 3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일부 승소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강모씨 등 50여 명의 작가들은 2019년 10월 밤토끼 운영진에게 작가 1인당 1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법원은 작가들의 피해를 인정, 웹툰 작품 한 작품당 300만 원(공동저작의 경우 15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단속 비웃는 해외서버...해결책 필요
다만 웹툰의 불법 유통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최대 불법 유통업체 밤토끼가 2018년 폐쇄됐지만, 그와 유사한 성격의 사이트들이 해외 서버에 기반을 두고 끊임없이 증식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해외에 약 일주일간 운영되는 도메인을 설치, 단속이 들어오면 인터넷 주소(URL)을 교묘하게 바꿔 사이트를 재개설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SNS 등을 통해 새 도메인 주소를 알리고 기존 이용자들을 고스란히 다시 가져가는 탓에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사무국장은 15일 본지에 “플랫폼에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체감할 만한 상황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플랫폼들이 기술적으로 최초 유포자를 적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당국의 단속 의지”라고 강조했다.
하 사무국장은 “불법웹툰은 엄연한 범죄이고, 불법웹툰 사이트는 도박 등 각종 사이버 범죄에 연결되는 통로역할을 한다”면서 “범죄라는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 신고포상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