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뜨거운 이슈를 시원히 설명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았습니다. K-웹툰과 플랫폼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해외를 기반으로 우후죽순 생겨나는 불법 웹툰 사이트에 정작 작가들은 고통받고 있습니다. 피해 규모는 어떤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사무국장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투데이e코노믹 = 이지혜 기자] 지난 2018년 최대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밤토끼’가 검거됐다. 웹툰작가 50여 명은 ‘불법웹툰피해작가대책회의’를 구성해 밤토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올해 초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플랫폼이 아닌 작가 당사자의 피해 보상 소송은 첫 사례였다.
하지만 밤토끼가 검거된 이후에도 비슷한 사이트들이 끊임없이 증식하고 있다. 해외에는 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한 이미지들이 불법으로 퍼져나가기도 한다. 웹툰작가들의 수익은 당연히 줄어들게 된다. 불법 사이트에서 웹툰을 유포하고 감상한 이들에게 사이버 불링(온라인 상에서 특정인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을 당하는 웹툰 작가들도 생겼다.
웹툰노조는 이같은 피해에 대응하고 있다. 해당 단체는 ‘불법웹툰피해작가대책회의’를 전신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플랫폼에서 작품 매출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등을 파악하지 못해 피해 금액을 정확히 산정하고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 미비한 시스템에 대한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구성됐다.
하 사무국장은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것을 빼앗긴다는 감각이 작가들을 힘들게 한다. 자식을 낳으면 빼앗아가고, 또 낳으면 빼앗아가는 날들의 연속인 셈이다. 작품이 올라간 다음 날도 아니다. 올라간 그 다음 시간대, 1시간 후에 바로 불법 웹툰 사이트에 만화가 올라간다”고 호소했다.
그는 불법 웹툰 공유 피해를 막기 위해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에 대한 신고 창구 일원화, 경찰 등 단속 관계자의 인식 변화, 이용자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캠페인 진행 및 신고포상금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이다.
Q1.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가 판치고 있는 상황, 웹툰 작가분들의 수익 등에 대한 피해 내용은 어떤가.
수익 손실에 대한 정확한 계산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단,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웹툰 불법유통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 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레진은 9720억 원 규모 피해를, 네이버 웹툰은 1570억 원, 다음은 462억 원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플랫폼 입장에서 조사한 것이다. 작가들의 체감은 더욱 심각하여, 한 사례에서는 불법 웹툰에 본인의 작품이 등장하자 수익이 종전의 20%로 떨어진 경우가 있다. 이외에도 50% 이상 수익이 줄어든다고 응답한 작가들이 많다.
수익의 피해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로서의 창작 의지가 꺾인다는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힘들여 창작을 해도 도둑맞는다는 사실에 대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며, 자살 충동까지 느끼는 경우도 많다.
해외 불법웹툰 번역 범죄자들의 경우 이익을 위해 남의 창작물을 훔치면서도 ‘우리가 한국 웹툰을 알리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불법 복제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작가들을 사이버 불링하며 신상 정보를 유포하고 악플을 달며 조롱하는 등의 짓까지 저지른다. 창작자들의 의욕을 꺾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공격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Q2.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레진코믹스 등은 ‘툰레이더’, ‘와치타워’, ‘핑거프린트’ 등 각사만의 기술(인공지능, 빅데이터)을 이용해 불법 웹툰 유포를 막고 있다. 이후 달라진 점이 있는지.
플랫폼의 노력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T모 플랫폼은 180여 명의 불법 최초 유포자를 적발해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특별사법경찰에 넘겼으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세종 사이버경찰청으로 이관되었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이 중 아무도 잡지 못했다고 알고 있다. 플랫폼들이 기술적으로 최초유포자를 적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당국의 단속 의지다.
Q3. 정부가 단속에 나섰지만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계속해서 증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속이 어려운 상황인가.
정부가 단속에 나선 것은 여론이 들끓던 때뿐이다. 2018년에서 2019년에 이르며 차단 절차가 간편해졌으나, 현재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 선정되지 않아 제대로 차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작가들이 입는 피해는 막중하나 신고 창구가 일원화되지 않고, 일선 수사관들의 개인적인 열정에 기대어야 할 뿐 작가가 신고를 해도 ‘잡기 어렵다’라는 말만 듣게 되는 상황이다. 해외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는 지능적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외국인을 운영자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차단 신고는 계속 하고 있지만,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 주소는 매일 실시간으로 바뀐다. 법령이 미비해 방통위가 그것을 실시간으로 차단을 계속 해줄 수 없는 상태다. 인터넷의 사생활 측면 등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신고 후 2주 이내로 해당 사이트 주소가 차단되는 방식이 현재 이뤄지고 있다.
작가들은 지속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며, 우리 노조에서는 자체적으로 한국저작권보호원과 협의하여 해외불법웹툰에 대한 소송팀을 꾸리고 있다. 또한 불법웹툰의 문제에 대한 캠페인을 계속 진행하는 중이다.
Q4. 불법 웹툰 유포가 활발한 지금, IT기술을 보유한 플랫폼이나 정부에서 어떤 노력을 추가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정부가 단속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줬으면 한다. 신고 창구 일원화와 적극적 홍보가 최우선이다. 현재로서는 단속 권한과 차단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부처, 조사하는 부처가 각각 다르고 인력도 매우 부족하다.
단속 권한은 문체부 특사경이 맡는다. 조사 관련한 업무는 저작권보호원이 가장 뛰어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차단 권한은 없다. 차단은 방송통신위원회가 하고 있지만 6개월째 위원 선정이 안 되고 있어서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태다.
확실한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업계의 실무자들, 정부의 관할부처, 당사자 작가들의 노사정 협의를 바탕으로 정기적인 회의가 개최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신고접수 및 처리 기관의 일원화가 추진돼야 한다.
사이버 도박 같은 경우에는 창구가 일원화 되어 있고 신고포상금 제도도 있다. 모두가 불법 도박은 범죄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상태다. 불법 웹툰 유통 신고도 이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제적 공조 또한 현재보다 더욱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일선 수사 담당자들의 인식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 아니라고 느껴서 그런지, 이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한 것 같은 태도를 종종 느낀다. 경찰 측에서 ‘잡기 힘들 것이다’, ‘잡는 것이 답이 아닌 것 같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피해자들의 힘이 빠지는 상황이다. 반성이 필요하다.
Q5.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 등에 대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하여 캠페인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종전의 정부 주도 캠페인은 ‘우리 웹툰 우리가 살려요’ 등의, 어찌 보면 부드러운 캠페인이었다. 불법 도박이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캠페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 셈이다.
워낙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가 정식 사이트처럼 꾸며져 있으니 이것이 불법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혹은 알면서도 해당 사이트에서 웹툰을 보고 작가에게 ‘불법으로 봤다’고 당당히 얘기하기도 한다.
불법 웹툰 유통은 엄연한 범죄이고,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는 도박 등 각종 사이버범죄에 연결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범죄라는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 신고 포상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해외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도 전개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적극적 조치를 위해서는,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피해를 입고 신음하고 있는 웹툰 작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판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마련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