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금융감독원은 건전한 신용 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고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달리 해석하면 금융기관은 건전한 신용 질서를 지켜야 하고 공정한 금융거래를 확립하며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금융기관에 대한 높은 사회적 책무에도 불구하고 4일 금감원이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이 같은 금융기관의 공적 의무에 대해 충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정기검사 일정까지 앞당겨 자산 건전성과 내부통제 등 경영 실태 전반에 대해 고강도 검사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매운맛’을 예고하기도 했다.
검사 결과,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은 기존에 알려진 350억 원 이외에 추가로 380억 원이 적발돼 총 730억 원 규모로 파악됐다. 특히 금감원은 이 중 451억 원(61.8%)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현 경영진 취임 시기인 2023년 3월 이후 취급됐다고 별도 명시했다. 이는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이 단기성과 달성을 위해 부당대출 1604억 원을 취급한 것도 새롭게 담긴 내용이다. 이 중 987억 원(61.5%)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다. 특히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A씨는 같은 교회 교인인 대출 브로커를 부하 직원이던 지점장 B씨에게 소개해줬으며, B씨는 해당 브로커를 통해 17억8000만 원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3800만 원의 뒷돈을 챙긴 정황도 확인됐다.
금감원이 우리은행에서 확인한 부당대출이 총 2334억 원인데, 이는 비슷한 시기 검사가 진행된 KB국민은행(892억 원), NH농협은행(649억 원)과 비교해도 두드러지는 규모다. 박충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우리금융) 내부통제와 조직문화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홍콩 H지수 급락으로 손실이 확대되자 의도적으로 평가데이터를 왜곡해 손실액을 숨긴 점, 자본비율 관련 리스크 인식·측정을 미흡하게 해온 점,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부실채권(NPL) 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우회 지원한 점 등도 지적받았다.
이 내용만을 봤을 때 우리금융이 건전한 신용 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했다고 보기에 어려워 보인다. 이 같은 부실과 불법이 넘치는 가운데서도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반성보다 안일함이 느껴져 안타깝다. 최근 은행들이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그들만의 ‘돈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은 올해 기본급의 200~280% 규모의 성과급을 확정했다. 신한은행은 성과급을 기본급의 280%로 책정했고, 현금성 포인트인 마이신한포인트 지급액을 100만 포인트(100만 원 상당)에서 150만 포인트로 늘렸다. 하나은행 역시 신한은행과 똑같은 비율로 성과급을 책정하고, 현금 지급액을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증액했다. 복지포인트도 연간 50만 원 늘렸다. 농협은행은 통상임금의 200%, 현금 300만 원으로 전년과 똑같은 비율을 유지했다. 지난해 실적 결산 후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는 우리은행의 경우 이미 현금성 포인트를 지난해 200만 원에서 올해 300만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노조는 전년보다 성과급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문제나 기업문화 탓하며 안일한 대처보다 자신들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금융소비자들에게 사과가 먼저 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통열한 반성 하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아가야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