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지혜 기자]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카카오택시가 택시기사들과의 갈등으로 주춤한 사이,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 손잡은 티맵모빌리티가 ‘우티’를 내놓으면서 맞수를 뒀다. 서비스를 종료했던 타다도 토스의 손을 잡고 재기를 노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택시시장 규모는 연 매출액 기준 약 12조 원에 달한다. 카카오택시는 택시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앞서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택시호출 앱 월간 활성 사용자수는 카카오T가 1066만 명으로 가장 많다. 우티는 86만 명, 타다는 9만 명을 기록했다.
우버-티맵모빌리티 손잡은 '우티', 가파른 성장세
우티는 지난 1월 우버와 티맵모빌리티 합작회사를 통해 ‘UT앱’을 새로 내놨다. 우버 앱과 호환이 가능, 해외에서도 우버 앱을 통해 우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티맵모빌리티의 내비게이션이 결합했다.
우티는 현재 1200대 규모의 택시를 운행 중인데, 이를 연내 1만 대, 내년 2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 8분의 1수준인 수수료를 통해 가맹택시를 늘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우티의 가맹 수수료는 앱 호출건수의 2.5%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실질 수수료는 3.3% 수준인데, 앱 호출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승객을 태우는 배회영업 매출도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실제 차이가 커진다.
실제로 새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가빠른 성장이 관측됐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새 UT앱을 출시한 이달 1~2일 신규 설치건수는 3만6642건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2667건)에 비해 13.7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간 사용자수도 10만986명으로 전월 대비 동기(1만5934명) 6배 이상 늘었다.
우티가 통합 앱 출시 기념으로 우티 가맹 택시와 일반 택시를 이용하는 앱 결제 등록 승객을 대상으로 11월 한 달간 20% 상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우면서 유입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부터 시작된 ‘위드 코로나’로 식당과 술집 영업이 24시까지 가능해지면서 이용 승객 수가 늘어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 기간 별다른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은 ‘타다’ 이용자 수도 1~3일 지난주 같은 기간 대비 37% 늘었다.
다만 우티 측은 지난달에도 베타테스터를 대상으로 30% 할인을 진행했기 때문에 최근 이용자 증가가 혜택에 몰린 이용자 때문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우티는 향후 합승 서비스 ‘우티 풀’, 인공지능(AI)으로 택시 요금을 미리 확정하는 ‘사전확정요금제’ 등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고객 사로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타다, 토스 손잡고 화려한 귀환 준비 중
지난해 4월 택시업계의 반발로 ‘타다 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이 시행, 주요사업을 접어야 했던 타다는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와 함께 화려한 귀환을 꿈꾼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쏘카가 보유한 타다 운영사 VCNC의 지분 60%를 인수하기로 했다. 오는 12월 중으로 ‘타다 베이직’ 브랜드를 바탕으로 한 대형택시 서비스 ‘타다 넥스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스타리아 9인승, 4세대 카니발 등 대형 차량 1000대 운행이 목표다.
타다는 지난달 6일, 7일, 13일 개인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대형 승합차 사업설명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타다는 대형택시 기사로 등록하는 기사들에게 최대 410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가입지원금’ 1500만 원, ‘운행지원금’ 2400만 원(12개월 분할 지급), ‘기타지원금’ 100만 원(1년) 등으로 구성했다.
타다 넥스트는 2000만 명에 달하는 토스 고객이 잠재적 사용자로 여겨진다. 카카오택시를 카카오페이를 통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것처럼, 타다택시 이용 시 토스를 통해 간편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가 꽉 쥐고 있는 판, 흔들릴 수 있을까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카카오가 독점하고 있던 시장 구도가 흔들릴지 주목된다. 플랫폼이 많아질수록 이용자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경쟁이 이뤄지면서 가격적 혜택이나 수수료 인하가 발생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카카오가 압도적인 수의 가맹택시(2만600여 대)를 보유하고 있어 배차가 일찍 이뤄지는 점, 이미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자물쇠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점 등은 후발주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카카오택시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정리된 이후 경쟁 플랫폼들이 어떤 생존전략을 택할 지도 주목된다.
국정감사 기간동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상생안 마련을 주문받은 카카오택시는 ‘플랫폼파트너 상생안’을 지난 5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토위 야당간사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8일 밝힌 것에 따르면 이 상생안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상생협력자문위원회(가칭) 설치, 콜 몰아주기 이슈와 관련한 배차 알고리즘 투명화, 택시기사 등 파트너와의 소통을 골자로 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9일 본지에 “당장은 후발주자들이 카카오택시의 독점을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우버도 이전에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해서 카카오택시에 도전을 했지만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고 내다봤다.
강 교수는 “시장점유율이 60%를 넘어가면 후발주자들이 어떤 수를 쓰더라도 1위를 뛰어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방지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섰어야 하는데 법안을 통과시키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을 직접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고, 자본력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면서 “카카오가 취약한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 이전에 타다가 했던 것처럼 7인승 택시를 운영한다든지, 특수층을 겨냥한 시장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