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KB금융그룹의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KB증권 김성현 대표의 ‘6연임 가능성’이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그러나 여러 지표를 종합해보면 김 대표의 연임은 매우 높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숫자와 사건, 그리고 KB금융 내부 기류까지… 어느 것 하나 김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우선, 성과 지표가 좋지 않다. KB증권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9% 감소하며 뚜렷한 역성장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이 모두 순익 증가 흐름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단순한 둔화가 아니라 경쟁사 대비 상대적 후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PF 충당금 폭증이다. 지난해 17억원에 불과했던 PF 충당금이 올해 1~3분기 1,413억원으로 80배 가까이 치솟았다. 회사는 이를 “선제 대응”이라 표현하지만, 업계는 “사실상 리스크 현실화”라고 해석한다. PF는 최근 금융그룹이 가장 민감하게 관리하는 자산군 가운데 하나다. 충당금 급증은 위험 관리 실패를 드러내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요인이 더 있다. 한국거래소의 ‘경고’ 제재 조치다. S&T 부문 직원들이 장 마감 단일가 시간대 특정 종목을 반복 매매해 시세 형성에 영향을 미친 혐의다. 경고는 제재 수위 중 하위 단계에 속하지만, ‘종가 관여’라는 행위는 금융회사 내부통제의 상징성과 연결된다. 이는 KB금융그룹이 최근 강조하는 책임 경영·리스크 통제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경쟁사 대비 부진한 실적, PF 익스포저 관리에 대한 의문, 거래소 제재까지. 이 모든 부담이 김 대표의 연임을 한꺼번에 옥죄고 있다.
KB금융 내부 기류도 김 대표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양종희 회장은 취임 이후 계열사 수장을 과감하게 교체하며 조직 세대교체 드라이브를 분명히 해왔다. 손보, 자산운용, 저축은행까지 주요 계열사 CEO가 모두 바뀌었다. 1963년생으로 그룹 사장단에서 고참축에 속하는 김 대표는 과거 연임 성공 기록을 갖고 있지만, 지금의 KB는 과거의 KB가 아니다.
증권업계 전반에서도 장기 집권형 CEO 시대는 끝나고 있다. 메리츠증권·한국투자증권 등에서 잇따라 장수 CEO들이 용퇴하면서 세대교체는 이미 시장의 흐름이 되고 있다. 이런 대세 흐름 속에서 김성현 대표의 6연임은 상징적 부담이 더 크다. 금융권 한 관계자가 말했듯 “안정이냐 변화냐를 가르는 분기점”이 바로 KB증권 인사다.
때문에 김성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요소를 찾기 어렵다. IB·WM 부문 성장은 긍정적이지만, 회사 전체 실적이 뒷걸음쳤다는 사실을 상쇄하기엔 부족하다. KB증권 내부도, KB금융그룹도 지금은 새로운 돌파구를 원하는 분위기다. 김 대표의 강점이었던 ‘안정성’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국면이다.
결국 올해 KB증권 대표 인사는 숫자와 리스크, 내부 통제, 세대교체라는 네 가지 키워드가 하나로 모이는 지점이다. 이 네 가지 축 중 어느 것 하나도 김 대표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상황을 종합하면, 김성현 대표의 6연임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선택지다. KB금융이 원하는 변화의 무게를 고려한다면, 이번 인사는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