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SPC그룹이 잇따른 공장 내 안전사고에 대응하고 전사적 쇄신에 나서기 위해 ‘변화와 혁신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이는 노동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기업 신뢰 회복을 위한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PC그룹은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변화와 혁신 추진단의 출범식을 열고, 첫 회의를 통해 안전 중심의 스마트 공장 건립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 추진단은 지난 5월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를 계기로 꾸려졌다. 당시 50대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상반신이 끼어 사망하는 참변이 발생했고, SPC는 이후 잇따른 사고로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변화와 혁신 추진단은 그룹 차원의 종합 대응 기구로, SPC커미티(사장단 협의체)에 실질적인 개선안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는다. 추진단 의장은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이 맡았으며, 도세호 SPC 대표를 비롯해 SPC삼립, 비알코리아, SPC GFS, SPL, 섹타나인 등 주요 계열사 대표와 임원 등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파리크라상 노조위원장과 여성 부위원장이 내부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외부 전문가로는 오라클 출신 장성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외위원으로 위촉돼 혁신의 실효성을 더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AI·IoT·로봇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한 ‘안전 스마트 공장’ 신설, ▲노후 공장의 업무 분산, ▲야간 근무 축소 등 근무제 개선 방안이 주요 권고안으로 제시됐다. 특히 신규 공장을 통해 일부 생산 물량을 이전함으로써 기존 공장의 과부하와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추진단은 이와 함께 ‘안전시스템’, ‘행복한 일터’, ‘준법’ 등 3개 소위원회를 별도로 조직해 현장의 문제를 세분화해 다룰 계획이다. 각 소위는 안전관리 전문가, 법률 자문단, 노조 측 인사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실무적 방안을 논의하고 실행을 이끌어낸다.
SPC그룹 관계자는 “변화와 혁신 추진단은 단순한 보여주기식 조직이 아니라, 그룹의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을 위한 구심점이 될 것”이라며 “외부의 쓴소리와 내부의 현실적 목소리를 모두 반영해, 더 이상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과감한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측 김세은 파리크라상 여성 부위원장은 “현장의 안전과 복지, 노동자 목소리가 정책에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노조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이번 추진단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SPC는 추진단 권고안에 따라 각 개선 과제를 그룹 전반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