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SK텔레콤의 이번 해킹 사태는 단순한 보안사고가 아니라, 국민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기업 책임의 실종 사태다. 국내 1위 통신사로서 2,300만 명의 가입자 개인정보를 다루는 SK텔레콤이 이번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충격적이고도 실망스럽다. 해킹 사실을 인지한 시점, 피해 규모, 신고 방식, 그리고 정부 지원 거부까지 모든 측면에서 SK텔레콤은 안일하고 폐쇄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우선 문제는 해킹 인지 시점과 신고 내용의 괴리에서 시작된다. SK텔레콤은 이미 지난 18일 대량의 데이터 이동과 악성코드를 통해 해킹 사실을 내부적으로 확인했음에도, 이틀 뒤 정부기관에는 '파일 유출 의심 정황'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축소해 신고했다. 명백한 해킹 정황을 '의심' 수준으로 낮춰 보고한 것은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게 만든 결정적인 실책이다. 이는 해킹 사실 자체보다 더 심각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더 심각한 것은 당국의 기술 지원을 전면 거부했다는 점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술적 지원은 단지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다. 위협 분석, 피해 확산 방지, 보안 조치 등을 위한 전문가 협력은 해킹 피해를 최소화하는 핵심 수단이다. 이를 거부한 SK텔레콤의 결정은 단순히 '내부 해결'에만 몰두한 것이 아니라, 사태 은폐와 책임 회피를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SK텔레콤의 태도에 우려를 표명했다. 최장혁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SK텔레콤이 메인서버에서의 정보 유출 사실조차 부정하고 있다며, 오히려 "유출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직접 밝혔다. 이는 민간 기업이 국가 기관의 조사와 대화마저 거부하며 독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이 주장하는 ‘비정상 인증 차단 시스템(FDS)’ 또한 정부 기관으로부터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받았다. 민간이 자체 개발한 보안 시스템을 절대적인 방어벽인 것처럼 내세우며 실질적인 보안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무책임 그 자체다.
이제 SK텔레콤은 '국내 1위'라는 타이틀보다 '책임 회피 1위'라는 오명을 걱정해야 할 시점이다. 거대 통신사로서 갖는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고, 보안 사고를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여부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지금, 이 사태의 진실과 책임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SK텔레콤은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모든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당국과 협조하여 조속한 피해 조사 및 보상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통신 인프라는 단순한 민간 산업이 아닌 국가 안보와 직결된 기반시설이며, 여기에 있어 기업의 자율성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의 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