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챗GPT'를 개발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오픈AI가 경영권 분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샘 올트만 최고경영자(CEO)와 이사진들이 AI의 수익성과 안전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AI 윤리'에 대한 쟁점이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사회로부터 CEO 자리에서 해임됐던 올트만이 지난 22일 오픈AI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올트만이 해임된 후 직원 770명 중 90% 이상이 올트만 복귀를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하는 등 내부 반발이 심해지자 이사회 측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앞서 오픈AI 이사회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올트만을 CEO 자리에서 해임하고, 최고기술책임자인 미라 무라티가 임시 CEO를 맡게 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사회 측은 "올트만의 사임은 이사회의 심의 검토 과정에 따른 것"이라며 "이사회는 그가 이사회와의 의사소통에서 일관되게 솔직하지 않아 이사회의 책임 수행 능력을 저해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급진파' 올트만, '온건파' 수츠케버와 갈등
소통 문제로 일축했지만 업계에서는 AI 개발 방식을 둔 양측의 이견을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범용AI’(AGI)를 둘러싼 갈등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AGI는 특정 문제뿐만 아니라 주어진 모든 상황에서 사람처럼 생각과 학습을 할 수 있는 AI다.
올트만 축출을 주도한 인물은 이사회 멤버인 일리야 수츠케버로 알려졌다. 오픈AI 공동설립자이자 수석과학자인 수츠케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AI를 개발하고 상용화해야 한다는 '온건파'다. 그는 오픈AI에서 윤리적 원칙에 맞게 AI를 조정하는 ‘AI 정렬 대응팀’을 이끌어 왔다.
외신 등에 따르면 수츠케버는 투자 유치목적으로 아직 위험성이 검증되지 않은 AGI 개발 사실을 대중에게 알린 올트만이 자사 기술의 영향력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우려했다.
올트만은 AI 사업화에 속도를 내는 '급진파'로 '100%로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만의 복귀로 오픈AI의 사업 기조는 '안전'에서 '속도'로 추가 기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태로 AI 기술 규제에 관한 세계적 논의는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AGI 등 인간 통제를 벗어난 AI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학계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편 유럽연합(EU)는 올 6월 인한 차별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AI 규제법' 초안을 통과시켰다. 자국 기업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최근 EU 의회와 합의에 도달하면서 이 법안은 목표대로 2026년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U의 AI 규제법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 세계 최초의 AI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