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일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IT 서비스·디바이스를 다 체험해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투데이e코노믹> 기자가 독자 대신 직접 사용해 관련 정보를 제공해드립니다.
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거주 중인 실제 집과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가 메타버스 공간에 꾸려졌다. 13일 베타오픈한 KT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에서다.
KT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이어 최근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어 '지니버스'를 오픈했다. 지니버스는 도면 기반의 'AI 홈트윈' 기술이 적용돼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소를 입력하면 메타버스 공간에 현실 속 집이 그대로 구현된다.
지니버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공간설계였다. 현실 속 집을 메타버스로 그대로 구현한 것도 놀라웠지만 집과 건물, 가로수, 도로를 직접 깔아 지니타운(마을)을 만드는 것이 흥미로웠다.
아바타를 꾸미고, 씨앗을 뿌려 코인을 벌고, 게임을 하고, 가상공간 속에서 돌아다니는 체험은 이미 수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체험한 기자에게 식상하게 느껴졌다. 지니버스에서 주목한 부분은 내가 살고 있는 공간설계를 가상세계에서 다시 해본다는 것, 내 의지대로 마을을 설계해본다는 것이었다.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겪을 수 없는 차별점이었다.
거주 중인 아파트 구조 그대로 재현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 확장형 베란다...
실 거주중인 아파트를 검색하여 입력하자 살고 있는 아파트 도면 그대로의 메타버스 공간이 만들어졌다. 화장실, 주방, 방의 구조와 배치가 일치했다. 그 공간에 가구나 소품을 배치하여 꾸밀 수 있다. 거울을 놓고 시계를 걸고 책장을 배치했다. 소파와 화분도 놓았다. 침대는 기본적으로 세팅되어 있었다.
지니버스 공간을 돌아다니다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아지트를 내 거주지와 똑같은 구조로 만들어 익숙함을 주었다. 거주하고 있지 않지만 관심 있는 공간을 검색하여 '미리 가구배치를 예상해보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도면을 바탕으로 거주중인 집을 그대로 재현하는 건 'AI 홈트윈' 기술 덕분인데, 지니버스에선 현재 아파트만 가능하다고 되어있다.
씨앗 뿌리고 수확하며 G코인 벌기
지니버스를 돌아다니면서 마음껏 활동하기 위해서는 G코인이라 불리는 가상화폐가 필요하다. 주로 아이템을 사거나, 새로운 공간을 진입하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G코인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지니팜에서 수확을 하거나, 게임을 완주해서 300G코인을 얻거나, 출석체크를 하는 방법이 있다. "펫을 안아주세요" 같은 돌발 미션이 주어졌을 때 행동을 하면 이에 대한 보상으로 소량의 코인이 주어지기도 했다.
이미 출석보상을 받은 상황에서 G코인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지니팜에서 열매 농사를 짓는 것뿐 이었다. 무료인 커피열매와 유료이지만 수확보상이 큰 자두나 포도 등의 열매를 구입해서 열심히 농사를 짓고 수확을 해서 G코인을 벌었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벌레를 잡고, 약을 뿌리는 단순한 패턴이었다. 익은 열매를 수확하면 나무 한 그루당 커피는 10G코인, 다른 유료 열매들은 15G코인씩 벌 수 있다.
새로운 세상 열기 - 점프게임, 지니타운
지니버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안개처럼 뿌옇게 표시된 곳들이 있다. 이런 곳들은 G코인을 내면 안개가 걷힌다. 열심히 모은 G코인을 내고 게임을 하는 곳에 진입했다. 컨트롤러와 점프 기능을 이용하여 일정 시간 안에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된다. 완주하면 300G코인을 얻을 수 있다. 두 번 완주했지만 300G코인이 중복 지급되지는 않았다.
또 다른 안개구역이었던 곳에 G코인을 내니 지니타운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 커다란 광장에 원하는 대로 집과 가로수, 도로를 배치하여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도로는 세 방향, 네 방향, 일방향 도로타일이 있어 원하는 대로 배치하여 길을 설계할 수 있다.
또 다른 바닷가 공간에도 집을 지었다. 바다가 잘 보이는 절벽에 집을 배치하고 인근에 게임기 건물과 팝콘 건물도 설치했다. 가로수도 몇 그루 설치하고 나니 마을이 그럴싸 했다. 다시 접속했을 때 세워 둔 게임기 건물에 진입하자 세 가지 종류의 운동회와 비슷한 게임도 할 수 있었다.
지니버스에는 그 밖에도 커피숍, 지니샵, KT플라자, 이벤트 홀, 키즈랜드도 존재해서 들어가보았다. 커피숍에서 애완견과 숨바꼭질을 할 수 있다는 안내가 떴지만 '커피숍에서 개와 숨바꼭질을 하라니...' 같은 거부감이 들었다. 그것 외에는 메뉴를 주문할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지니샵에서는 아바타를 꾸밀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KT플라자는 KT대리점과 똑같이 만들어 놓은 공간이었다. 키즈랜드는 캐릭터는 존재했지만 인터랙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이벤트 홀은 추후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일 때는 활용할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텅 비어 있었다.
지니버스 사용 시 이용자 연락처가 기본적으로 등록되기 때문에 직접 초대한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다고 한다. 불특정 다수와 제한 없이 소통하는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과 다른 점이다. 하지만 수많은 플랫폼 선택지 속에서 인원이 모이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한정된 인원만으로 플랫폼을 꾸려나가기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향후 KT는 지니버스에 공간, 대화, 목소리, 모션, 이미지 기능을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멀티모달 기반의 생성 AI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다. 통신업계 후발주자로 메타버스에 자리를 튼 지니버스가 'KT표 타운'을 잘 건립할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