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LIFE platform

[디지털굿라이프] 키오스크 앞에서 진땀 흘리는 노인들...디지털 소외 현상 가속

한 커뮤니티에 영어로 도배돼 있는 무인매장 사진 올라와

URL복사

 

[편집자주] 우리 사회는 디지털로의 대전환 시대를 맞아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도 본격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이에 <투데이e코노믹>은 일상을 이롭게 하는 건전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디지털굿라이프]를 기획했습니다.

 

[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73세 김순자씨는 무인 주문기기 키오스크 앞에 5분 넘게 서 있었다. 첫 화면에서 햄버거 세트를 고르고 바로 신용카드를 꽂았는데 결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면에는 '메뉴를 골라주세요'라는 안내만 계속 떴다. 햄버거만 고르고 감자튀김 등 부가 메뉴와 음료를 고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김순자씨는 키오스크와 씨름하다 햄버거를 주문하지 못하고 매장 밖으로 나왔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노인 소외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음식 주문 등에 키오스크를 이용하게 되면서 노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모 커뮤니티에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점 내부 사진이 올라왔다. 상주 직원이 없는 무인매장으로 키오스크 주문을 통해 받은 영수증 바코드를 픽업박스에 인식시켜 음식을 가져가는 곳이었다. 

 

문제는 주문부터 음식을 수령하는 개별 공간이 'PICK UP', 'COUNTER' 'DRINKS STORE' 등 모두 영어로 돼 있다는 것이었다. 젋은이들에게는 익숙해도 영어를 잘 모르는 노년층들은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해당 게시글 댓글에는 "죄다 영어로 해 놓은 거 너무하다", "외국인 줄" 등 매장이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었다.


식당과 카페 곳곳에 우후죽순 생겨난 무인기기에 노인 등 일부 사람들이 소외감을 겪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 누리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엄마가 햄버거를 먹으려고 집 앞 ○○○에 가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를 잘 못다뤄서 20분 동안 헤맸다는 사연을 올렸다. 엄마가 집에 돌아와 "엄마 이제 끝났다"며 울었다는 것이다.

 

고령층, 키오스크 이용 중 '복잡한 단계' 가장 불편해


한국소비자원이 2020년 65세 이상 고령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자상거래와 키오스크를 모두 이용한 소비자는 41.4%에 그쳤다. 키오스크 이용 중 불편한 점으로는 복잡한 단계(51.4%),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51.0%), 뒷사람 눈치가 보임(49.0%),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44.1%) 등이 꼽혔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내년까지 연평균 5.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격차가 불편함을 넘어 사회 활동의 제약과 불평등을 초래하는 시대다.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상시적, 체계적 교육 등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키오스크가 엄청나게 이용하기 어려운 기기는 아니기 때문에 한 두 번 교육 받으면 다들 할 것”이라며 “매장이나 병원 등이 키오스크 이용 도우미를 고용해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면서 알려주는 방식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지자체 주관으로 편의점과 주민센터, 편의점과 노인 상담실이 결합된 경우가 많아 편의점에 가면 노인 복지 도우미가 있다”며 “이런 방안들을 논의해 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