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지혜 기자]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막대한 전기가 사용되고,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빨라진다는 지적에 거래소 가격이 크게 흔들렸다.
“우리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석연료의 가파른 증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지난 몇개월 동안의 에너지 사용량 추세는 미쳤다.”
일론 머스크는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올리면서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을 판매하는 것을 연기(suspend)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한 지 석 달 만이다.
머스크의 이 같은 발언에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출렁였다. 13일 오전 7시 기준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기준 비트코인은 6700만 원선에 거래됐지만, 14일 오전에는 6100만 원대로 급락해있다.
실제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지구온난화의 숨은 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영대학원의 ‘케임브리지 비트코인 전력소모 인덱스’에 따르면, 암호화폐 채굴에 14일 기준 시간당 약 16.77GW가 소모되고 있다. 연간으로는 151.16 Twh가 소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말레이시아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2018년 기준 151.51TWh)이다.
막대한 컴퓨터 자원을 활용, 복잡한 연산을 수행한 뒤 대가로 가상화폐를 받는 행위를 ‘채굴’이라고 말한다. 암호화폐는 거래 이력의 투명성과 보안을 위해 모든 사용자의 거래내역 데이터베이스를 공개 장부에 기록한다. 이 공개 장부를 유지하는 이들이 ‘채굴자’다. 채굴자들은 컴퓨터를 이용, 매 10분 단위로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검증하고 암호화해서 저장하고 이 작업의 대가로 비트코인을 얻는다.
전문적으로 채굴을 하는 업체들은 컴퓨터 성능을 높이기 위해 그래픽 처리 장치(GPU) 수천 개를 배열해 만든 거대한 컴퓨터로 채굴을 한다. 통상 3000대의 마이닝 전용 컴퓨터를 채굴장에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전기가 소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고 채굴량이 늘어나면서 전력 소비량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금융업체 씨티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소비되는 전력량이 2015년말보다 66배 늘었다”고 지난달 보도하기도 했다.
전기 소비의 증가는 값싼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와 연결된다.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은 지난 2018년 비트코인에 대해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유발되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이미 일부 국가들의 연간 배출량을 넘어섰고, 이는 2033년까지 전 세계 기온을 2도가량 높이기에 충분한 규모”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경우에는 비트코인 채굴로 인해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계획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정부는 앞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60%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 4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된 ‘중국 비트코인 블록체인 운영의 탄소배출 흐름과 지속가능성 정책평가’ 논문에 따르면, 중국업체들은 전 세계 블록 체인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의 78.89%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전력 사용료가 저렴하고, 채굴에 필요한 전문 하드웨어를 값싼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어 최적의 비트코인 채굴 장소로 꼽힌다. 다만 저렴한 가격을 위해 석탄 발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중국에서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의 약 40%는 석탄 발전에서 나온다.
연구진은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지속된다면 2024년에는 중국의 코인 채굴 관련 탄소배출량이 1억 3000만mt(미터 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네덜란드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2018년 기준 1억 8800만mt)과 맞먹는다.
또한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목적으로 중국에서만 296.59TWh의 에너지가 사용될 것이라고 봤다. 이탈리아에서 1년간 사용하는 전체 전력량(2020년 기준 302.75Twh)과 맞먹는 수치다.
한편 머스크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 작업이 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투입하는 형태로 전환된다면 테슬라 구매 시 비트코인 결제를 다시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상훈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14일 본지에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전력이 소비되고, 계속 가동시키는 컴퓨터를 식히기 위해 냉방을 하면서도 엄청난 전력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또 채굴비용을 줄이려 값싼 전기를 찾다보니 중국으로 채굴업자들이 몰리고 있는데, 이 전력은 결국 중국의 석탄발전을 통해 얻어지는 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열이나 수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에너지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가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결국 화석연료 사용이 유지되거나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