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지혜 기자] 세계적인 규제 움직임 속에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연일 하락 중이다. 지난 14일 8199만 원까지 치솟은데 반해, 일주일 만에 7000만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 20일 오후 3시 45분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6788만 원이다. 전일 대비 5% 가량 빠졌다. 빗썸 기준으로 확인해도 6742만 원 수준으로, 전일 대비 7% 가량 내렸다.
비트코인은 지난 14일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이 이뤄지면서 가격이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지난 주말 미국 재무부가 가상자산을 이용한 돈세탁을 조사할 예정이라는 미확인 루머가 트위터 상에 퍼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미 재무부는 현재 루머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반복해서 밝혀온 만큼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터키는 오는 30일부터 상품과 서비스의 비용 지불 수단으로 암호화폐 사용을 아예 금지하기로 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관보를 통해 “가상화폐의 시장 가치가 지나치게 변동 폭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 19일 가상자산 특별단속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달부터 오는 6월을 ‘범정부 차원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가산자산과 관련한 사기, 자금세탁 등 불법 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개인정보위원회, 경찰청 등은 지난 16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논의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는 가상자산 관련 불법 의심거래에 대해 분석해 수사기관과 세무당국에 통보하는 등 단속과 수사 공조체계를 강화한다. 기재부는 금감원과 함께 외국환거래법 등 관계법령 위반 여부에 대해 점검한다.
경찰은 가상자산과 관련한 불법 다단계, 투자사기, 가상자산 관련 계정 해킹 등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방통위는 온라인 상의 투자사기, 유사수신, 미신고 가상자산 영업행위 등 불법정보 유통 차단에 나선다. 공정위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직권조사해 투자자에게 불리한 불공정약관에 대해 시정하고, 개인정보위는 가상자산사업자의 개인정보처리실태에 대해 점검한다.
금융당국은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 중국인들이 무더기 환차익 거래(일명 환치기)에 나선 정황과 관련해 금융권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20% 가량 높은 현상을 말한다.
금융권은 지난 16일 시중은행의 외환담당 부서장들과 비대면 회의를 가지고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최근 급증한 해외 송금액의 상당액이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내·외국인이 해외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산 뒤, 국내거래소에서 팔아 차익을 남기고 다시 해외로 빼내는 행위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은행은 19일 비대면으로 국내에서 중국에 있는 개인에게 송금할 수 있는 ‘은련퀵송금’ 서비스에 월 1만 달러의 한도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고객이 개인별 연간 해외송금 한도인 5만 달러 이내에서 건당 최대 5000달러씩 매일 1만 달러까지 송금 가능했다.
하나은행은 비대면 해외송금 서비스 ‘하나EZ’에서 개인별 월 해외송금 한도를 1만 달러로 책정한 상태다.
이들을 포함해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5대 시중은행은 지난 주말 이후 ‘가상화폐 관련 해외송금 유의사항’ 공문을 일선 지점 창구로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없던 외국인 포함 개인 고객이 갑자기 증빙서류 없이 5만 달러 상당의 송금을 요청하거나, 외국인이 여권 상 국적과 다른 국가로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 거래를 거절하라는 내용이다.
오는 1월부터는 가상화폐의 소득과 관련해 세금이 붙는다. 금융당국은 거래내역 확보 등 업계의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전 안내 및 전산 연계 작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 지난달 25일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상당수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오는 9월 폐쇄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개정 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자금 세탁방지 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계좌를 받고 FIU에 신고 절차를 거쳐야 영업이 가능하다. 현재 은행들과 실명계좌를 연동한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거래소들은 6개월의 법 적용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24일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해야하는데, 은행의 계좌 발급 기준을 충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영세 업체들이 많다. 은행은 거래소의 자금세탁 방지 능력과 위험도,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자들은 일부 기존 사업자가 신고하지 않고 폐업할 가능성에 주목, 관련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기존 사업자의 신고 상황과 사업 지속여부를 최대한 확인해야 한다. 또 신고 수리가 되지 않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경우 유의해야 한다.
정부, 가상자산 인정 안해…2018년 재연?
정부는 가상자산을 결제 수단이나 투자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윤철 실장은 앞서 언급한 회의에서 “가상자산의 가치는 누구도 담보할 수가 없고,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라고 하기 보다는 투기성이 매우 높은 거래이므로 자기 책임 하에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7일에 열린 문승욱 국무2차장 주재의 정부 관계부처 회의에서도, 문 차장은 “가상자산은 법정화폐,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면서 “불법행위, 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 환경 변화 등에 따라 언제든지 높은 가격변동성으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암호화폐와 관련, “내재가치가 없으며, 적정가격을 산출하기 어렵고 가격변동성이 크다”며 부정적 견해를 재확인했다. 그는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해지면 투자자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1월 비트코인 급락 당시에도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규제를 천명하면서 가격이 4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