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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깜깜이 '확률형 아이템'에 유저들 불만 폭증

성공 확률도 모르는 랜덤박스·가챠 방식 비판하는 목소리 커져
‘리니지2M’, 최상급 아이템 ‘신화무기’ 얻으려면 2억원 넘게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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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정확한 성공 확률도 모른 채로 게임 아이템을 얻기 위해 적게는 수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을 써야 하는 랜덤박스·가챠(Gacha)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방식은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로, 유저가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계속 결제를 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캡슐 장난감 뽑기 기계 ‘가챠폰’에서 착안해 확률형 아이템을 ‘가챠’라고 부른다. 

 

이런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불만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최근에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이 문제가 됐다. 해당 게임의 최상급 아이템 ‘신화무기’를 얻으려면 2억 원이 넘게 들 수 있다는 것이 유저들의 비판이다.

 

신화무기를 얻으려면 ‘고대의 역사서’ 1~10장을 모아야 한다. 역사서 1~4장은 ‘희귀 제작 레시피’, 5~7장은 ‘영웅 제작 레시피’, 8~10장은 ‘전설 제작 레시피’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 레시피를 모으려면 어마어마한 확률을 뚫어야 한다.

 

‘성장의 재료’ 상자로 레시피를 뽑을 때 희귀 제작 레시피를 뽑을 확률은 2%, 영웅 제작 레시피를 뽑을 확률은 0.5%이다. 전설 제작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10개를 모아야 하는 ‘레시피 조각’을 1개 뽑을 확률은 0.25%에 불과하다. 엔씨소프트는 이 확률은 공개 중이지만, 해당 레시피를 모두 모아 고대의 역사서로 변환할 때의 확률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행 자율 규제는 유료로 구입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표기만을 권고하고 있다. 즉, 레시피를 고대의 역사서로 변환할 때의 확률은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확률을 알려주지 않는 방식 뿐만 아니라 이중 뽑기 구조, 빙고판을 모두 완성해야 하는 ‘컴플리트 가챠’ 등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게임사 입장에서 이러한 확률형 아이템은 주요 수입원 중 하나지만, 유저들은 ‘깜깜이’ 돈을 써야 한다는 불만이 높다. 세세한 확률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한 첫 사례는 2005년 메이플 스토리로, 게임 내에서 획득 가능한 ‘피그미에그’라는 아이템을 부화시켜 랜덤하게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부화기 아이템이 그것이다. 이후 2007~2008년 부분유료화를 선택한 개발사들이 우후죽순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뛰어들면서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수익 수단이 됐다. 

 

하지만 아이템 뽑기 시스템이 게임의 재미 요소가 아닌 필수적 수단이 되면서, 오히려 유저를 기만하는 상황이 늘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8년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게임사에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다만 이것은 단순히 확률을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유저에 대한 기만과 과장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상품정보제공 고시를 개정하려고 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게임산업진흥법에 해당 내용을 넣기로 해 고시 개정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현재 법 개정은 되지 않았고,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는 현재 자율규제 사안이다. 

 

이에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7일 법안소위에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상정한다.

 

해당 개정안은 게임제작사업자 또는 게임 배급업자가 게임을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종류별 공급 확률 정보 등을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8일 유저에게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구성비율, 획득확률을 이용자에게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한 개정안을 냈다. 

 

유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결과가 우연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사행물과 유사한 작동기제를 보이고 있으며, 게임 사용자의 임의거래를 통해 환금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사행 행위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여전히 과소비와 사행심 조장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이라고 판단하거나 규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성년자들에게 확률형 아이템이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유럽연합 산하 ‘내수시장, 소비자보호위원회’는 지난해 확률형 게임에 지출하는 것이 도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일부 소비자에게 도박 중독이나 통제 불가능한 지출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왕립공중보건학회는 지난해 말 611명의 13~24세 영국인 게임 유저를 대상으로 진행한 확률형 아이템 소비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서 응답자 13%는 확률형 아이템 구매로 인해 빚을 졌다고 답했으며, 15%는 부모의 돈 또는 신용카드를 허락없이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11~16세 미성년 게이머 31%는 자신이 확률형 아이템 구매에 지출한 금액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