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구글이 국내 신규 애플리케이션(앱)의 수수료 30% 부과 및 인앱결제 의무 적용을 내년 1월에서 9월 말로 연기했지만, 국내 스타트업계는 이 결정이 ‘꼼수’라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구글을 신고했다.
구글은 지난 9월 29일 온라인간담회를 열고 당초 모바일 게임 앱에만 적용하던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및 30% 수수료 부과를 전체 앱과 콘텐츠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앱은 내년 1월 20일부터, 기존 앱은 내년 9월 말부터 의무적용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국내 스타트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국회에서도 제재 움직임이 일어났다. 결국 구글은 23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앱 생태계 상생 포럼’을 통해 한국의 개발자와 전문가로부터 전달받은 의견을 수렴해 신규 콘텐츠 앱의 경우에도 결제 정책 유예기간을 2021년 9월 3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 변경은 ‘철회’가 아닌 ‘유예’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구글의 결정은 국회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이른바 ‘구글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플랫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 마련을 논의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연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으로, 오는 26일 정기국회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이원욱 국회 과방위원장은 구글의 인앱 결제 유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애플에 버금하는 수수료 인하를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애플은 구글과 마찬가지로 앱스토어에서 30% 수수료를 받아왔지만, 지난 18일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앱 생태계를 위한 결정’이라면서 수수료를 15%로 인하한 바 있다. 연매출 100만 달러 이하 중소 앱 개발사가 대상이다.
국내 스타트업은 구글의 결정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예정한 대로 24일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다.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과 공동변호인단은 성명서에서 “구글은 운영체제 및 앱마켓 시장 지배력을 인앱결제 서비스 시장에 전이시켜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30%라는 감당할 수 없는 독점적 가격을 부과하고 있다”면서 “스타트업은 생존을 위협받고, 모바일 생태계 혁신은 사라지며 종속과 악순환만 남게 된다”고 꼬집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가 지난 20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 ‘구글 인앱 결제 강제 정책 확대에 따른 콘텐츠 산업의 피해 추정 및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밝힌 것에 따르면, 구글이 수수료를 확대할 경우 내년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 매출 감소액은 2조112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위는 구글의 정책에 대해 지난 9월 말부터 위법성을 따지고 있는 중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구글의 수수료 정책에 대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경쟁저해 행위를 한다면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