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KB국민은행이 채무조정 중이거나 금융 어려움을 겪는 고객의 최소 생계자금을 보호하기 위한 압류방지 전용 통장 ‘KB생계비계좌’를 출시했다. 법 개정에 맞춰 금융권이 처음 선보이는 실질적인 ‘생활비 보호 계좌’라는 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가 한 단계 진전됐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은 2일 생계유지 목적 자금을 최대 250만원까지 보호하는 ‘KB생계비계좌’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상품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개정 민사집행법 시행령에 근거해 도입된 압류방지 전용 입출금 통장이다.
법 개정에 맞춘 금융상품…압류·가압류·상계 전면 차단
KB생계비계좌의 가장 큰 특징은 계좌에 입금된 금액이 법적으로 압류, 가압류, 상계 등 모든 강제집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채권자나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일반 예금계좌를 압류하더라도, 이 계좌에 보관된 생계비 자금은 보호된다.
이는 기존 ‘압류방지 통장’이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연금 수급자 등 특정 복지 수급자에 한정됐던 것과 달리, 소득·연령·직업 제한 없이 일반 개인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는 점에서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누구나 가입 가능…1인 1계좌, 월 최대 250만원 한도
KB생계비계좌는 만 19세 이상 개인 고객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1인당 1계좌만 개설 가능하다. 매월 입금 가능한 최대 금액은 250만원이며, 이 한도 내 금액은 전액 압류로부터 보호된다.
해당 계좌는 급여, 연금, 아르바이트 수입, 생활비 이체 등 다양한 형태의 자금 입금이 가능하며, 체크카드 연결이나 자동이체 등 일반 입출금 통장과 동일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채무조정·연체자 실질적 안전망 역할 기대
이번 상품은 특히 개인회생,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연체 상태 등으로 계좌 압류 위험에 놓인 금융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생활 안전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채무자가 계좌 압류를 당할 경우, 급여나 생활비까지 전액 묶이면서 병원비, 통신비, 공과금조차 결제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채무는 있지만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금융권 “채무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의미 있는 제도”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생계비계좌에 입금된 금액은 압류, 가압류, 상계 등 모든 법적 집행으로부터 보호된다”며 “채무조정 중이거나 일시적 재정 위기를 겪는 고객들이 최소한의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제도를 두고 “채무자의 재산권 보호를 넘어, 생존권 보호 개념이 금융 시스템에 공식 반영된 첫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고금리·고물가 환경 속에서 연체자와 취약차주의 사회적 낙인을 완화하고, 재기 가능성을 높이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압류방지 통장’에서 ‘전 국민 생계계좌’로
기존 압류방지 통장은 기초생활보장 급여, 장애연금 등 특정 복지금만 보호 대상이었지만, KB생계비계좌는 소득 출처와 무관하게 일반 생활자금 자체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제도적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압류방지 계좌는 복지 수급자만의 상품이 아니라, 누구나 인생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설계된 금융 안전장치로 진화했다”며 “향후 다른 은행들도 유사 상품을 잇달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KB국민은행의 이번 상품은 금융상품을 넘어, 채무자 보호와 사회 안전망을 연결하는 ‘생활권 금융 제도’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