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미국 자동차 관세와 글로벌 인센티브 확대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두 얼굴의 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29일 공시를 통해 연결 기준 2025년 매출 186조2,545억 원, 영업이익 11조4,67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6.3%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19.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6.2%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10조3,648억 원으로 21.7% 줄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도매 기준 413만8,389대로 집계됐다. 판매 대수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지만, 수익성 지표는 뚜렷하게 둔화됐다.
미국 관세 직격탄…“수익성 훼손의 핵심 요인”
이번 실적에서 가장 큰 변수는 미국 자동차 관세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부터 미국 시장에서 부과된 자동차 관세 영향으로 원가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여기에 북미 시장 경쟁 심화로 판매 인센티브와 마케팅 비용까지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동시에 압박을 받았다.
특히 현대차는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3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다. SUV와 전기차 등 고부가 차종 판매 비중이 높지만, 관세 부담과 가격 경쟁 심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팔수록 남는 게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관세라는 구조적 비용이 생긴 상황에서 가격 인상으로 이를 전가하기도 쉽지 않고, 판매량 방어를 위해 인센티브를 늘릴 수밖에 없는 이중 압박 구간”이라고 평가한다.
4분기 실적도 둔화…“고환율 효과도 한계”
지난해 4분기 현대차의 매출은 46조8,386억 원, 영업이익은 1조6,95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에도 불구하고, 해외 인센티브 확대와 원자재 비용, 물류비 부담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 특히 전기차(EV) 시장 둔화와 중국 시장 경쟁 심화로 글로벌 수익 구조가 전반적으로 압박을 받았다는 평가다.
외형은 성장, 수익성은 구조적 시험대
이번 실적은 현대차가 ‘규모의 성장’ 단계에서 ‘질적 성장’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구조적 진통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로보틱스 ▲UAM 등 미래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연구개발(R&D) 비용과 고정비 구조가 과거 대비 크게 확대됐다.
즉, 단기적으로는 매출이 늘어도 투자 비용 증가, 글로벌 규제 비용, 관세·정책 리스크, 시장 경쟁 심화 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이익률은 하락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는 이제 단순 제조업체가 아니라,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 전환 중인 과도기”라며 “이 과정에서 일정 기간 수익성 희생은 불가피한 구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관건 : 북미 현지 생산·하이브리드 믹스
향후 실적의 핵심 변수는 북미 현지 생산 확대와 하이브리드 비중이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는 관세 부담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또 하나의 축은 하이브리드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는 반면, 하이브리드는 여전히 높은 수요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전기차 중심 전략에서 하이브리드·PHEV 비중을 다시 확대하며 수익 안정성을 보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재가속되기 전까지는 하이브리드가 현대차 수익성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실적은 현대차가 여전히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강력한 외형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관세, 정책 리스크, 비용 구조 변화라는 새로운 경영 환경에 직면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요약하면, 현대차는 더 많이 팔고 있지만, 더 어려운 환경에서 벌고 있는 구조에 들어섰다. 앞으로의 실적은 단순 판매량이 아니라, 얼마나 빨리 ‘관세 없는 구조’와 ‘고수익 차종 믹스’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