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SK텔레콤의 유심(USIM) 해킹 사태가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수많은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위험에 노출됐고, 사용자들은 실질적인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30 이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는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SK그룹의 수장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는 사회적 요구다.
이번 해킹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나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 SK텔레콤은 오랫동안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해 온 기업으로, 그만큼 보안에 대한 책무도 막중하다. 그런데도 유심 보안에 대한 투자와 대비가 미흡했고, 사고 이후의 대응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고객 보호보다는 위기 수습에만 급급한 모습이 역력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SKT의 대응은 국민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위약금 면제를 요구하는 국회의 지적에 대해 유영상 대표이사는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이 사태의 귀책 사유가 SKT에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에게 위약금을 그대로 물리는 것은, 기업의 책임 회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국회 과방위는 이 사태를 단순한 기술 사고가 아닌, 신뢰의 붕괴로 보고 있다. 유심 보호 서비스에 대한 안내가 미흡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SKT의 대응은 '협박'처럼 느껴질 정도였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는 단순한 실무자 차원의 대응으로는 수습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SK그룹의 최종 책임자인 최태원 회장이 직접 국회에 나와,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최 회장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기업 실수’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국회 출석은 단지 비판을 듣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국민에게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기회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적 검토나 책임 소재 따지기가 아니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과와 실질적 보상 방안이다.
또한, SK그룹 차원에서의 정보보호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편과 함께, 통신업계 전반에 만연한 ‘책임의 외주화’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SK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ICT 생태계의 건강성을 되돌아보는 중요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최태원 회장이 그간 강조해 온 ‘사회적 가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말의 진정성을 보여줄 때다. 국회 청문회장에서 보여질 그의 태도는, 단지 SK그룹의 미래뿐 아니라, 기업이 국민 앞에 어떻게 책임을 다해야 하는가를 가늠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