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지상파 방송사 SBS의 협업이 본격화됐다. 그간 지상파 콘텐츠를 독점해온 토종 OTT 웨이브는 위기를 맞게 됐다.
최근 넷플릭스는 SB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6년간 SBS의 신작 드라마, 예능, 교양 프로 등을 넷플릭스에 공급하고, 넷플릭스는 SBS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투자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내년 하반기부터는 SBS 신작 드라마 중 일부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할 예정이다.
최근 광고 매출 하락 등으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SBS가 OTT에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유통하고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는 평가다. 넷플릭스 역시 웨이브의 강점이었던 지상파 콘텐츠들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또다른 무기를 갖게 됐다.
SBS를 비롯한 MBC, KBS의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를 독점 공급해온 웨이브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웨이브 지분을 보유한 SBS가 타 OTT와 손을 잡은 것을 시작으로 또다른 웨이브 주주인 MBC와 KBS의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레거시 방송미디어가 쇠락기를 맞으면서 최근 지상파 3사가 광고 매출 하락으로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지상파 총매출액은 3조 73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61억 원 줄었다. 광고 매출은 전년보다 19.2%(2,825억 원) 감소한 9279억 원으로 집계됐다.
티빙-웨이브 합병 시 넷플릭스 맞설 거대 토종 OTT 탄생
웨이브의 위기를 타개할 유력한 방안으로는 티빙과의 합병이 거론된다. 토종 OTT 1위 티빙과 3위 웨이브가 합병하게 되면 넷플릭스에 맞설 최대 토종 OTT가 탄생하게 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넷플릭스(1299만명), 티빙(725만명), 쿠팡플레이(709만명)에 웨이브(437만명) 순이다. 티빙과 웨이브 MAU를 단순 합산하면 1162만명으로 넷플릭스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지난해 11월 웨이브 대주주 SK스퀘어와 티빙 대주주 CJ ENM은 웨이브가 발행한 전환사채(CB) 취득을 위해 각각 1500억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사업 결합을 목표로 한 전략적 투자로 양해각서(MOU) 체결 후 1년 가까이 지지부진했던 양사 합병이 급물살을 탔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한 KT스튜디오지니가 결단을 미루면서 양사 합병은 또다시 답보 상태에 빠졌다. KT는 합병법인이 탄생하면 기존 유료방송 1위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결정을 망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