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 사회는 디지털로의 대전환 시대를 맞아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도 본격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이에 <투데이e코노믹>은 일상을 이롭게 하는 건전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디지털굿라이프]를 기획했습니다.
[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넷플릭스·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 등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총 가입자 수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인 약 2700만 명이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OTT 전성시대. 시각장애인들도 OTT 시대 혜택을 누리고 있을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산하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에 따르면 넷플릭스·티빙·웨이브·왓챠의 시각장애인 접근성은 형편없었다.
모바일에서 OTT 내 총 5개 서비스 이용 기능(로그인, 검색 기능 사용, 동영상 정보 확인, 동영상 시청, 앱 설정변경) 가운데 시각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이용 가능한 기능은 넷플릭스의 ‘앱 설정변경’뿐이었다.
티빙과 왓챠, 웨이브는 동영상 시청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티빙의 경우 동영상 재생 버튼의 대체 텍스트가 지원되지 않아 시각 장애인들이 재생 버튼을 선택할 수 없었고, 왓챠는 동영상 재생 후 화면낭독프로그램으로 재생 중지·화면 잠금 등의 기능을 조정할 수 없었다. 웨이브의 iOS 앱의 경우에도 동영상 재생 버튼, 음량 버튼, 설정 버튼 등의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지 않았다.
티빙, 웨이브, 왓챠는 앱 설정변경 역시 어려웠다. 티빙은 환경설정에서 기능의 활성화 여부를 알 수 있는 온·오프 버튼 상태에 대해 알 수 없었고, iOS앱에서 왓챠는 재생 설정에서 에피소드, 자동 이어 보기 버튼의 온·오프 상태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 웨이브는 동영상을 시청하는 중간에 음량 조절 버튼, 설정 버튼 등이 자동으로 화면에서 사라져 동영상의 설정을 변경하기 매우 힘들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 시행 4개월 앞
OTT 서비스 장애인 접근성 갈 길 멀어
내년 1월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장애인이 모바일 앱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고려해야 할 서비스 제공자들의 의무가 법제화된다. 현재는 웹에 대해서만 장애인 접근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법 시행일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OTT 서비스의 장애인 접근성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월 공개한 '장애인 소비자 모바일 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을 한 시각장애인의 25%가 모바일로 영상 재생을 하는 데 있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OTT 서비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이슈이긴 하지만 정부에서 면허를 부여하거나 방송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서비스가 아니어서 강제하기는 어려운 측면 있다"고 밝혔다.
노 연구위원은 "OTT 사업자에게 장애인 접근성 강화 의무를 부여하려면 정부에서 기금을 지원한다거나 장애인 이용 편의를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