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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보험 가입?…빅테크와 보험의 ‘달콤살벌한 동거’

빅테크-보험사의 협업…"판매채널 확대 효과"
빅테크에 보험사 종속 우려도
"보험사, 협업 통해 빅테크 강점 내재화하고 간단한 상품 개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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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e코노믹 = 이지혜 기자] 빅테크업체와 보험업계가 손잡고 ‘보험 모바일 상품권’을 내놨다. 젊은 고객들도 보험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빅테크에 보험이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도 공존한다.

 

23일 카카오커머스가 운영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보험 모바일 상품권이 들어왔다. 이커머스 플랫폼 중 보험 선물 상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보험상품을 온라인 쇼핑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해당 과정이 보험업법상 모집행위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해당 서비스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온라인 쇼핑플랫폼에서 보험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선물 가능한 쿠폰은 총 12종으로, 대부분 MZ세대들이 관심을 보일만한 원데이‧실속 상품으로 구성됐다. 인터넷 쇼핑 피해나 퇴근길에 일어나는 사고를 보장하는 이색 보험도 있다. 

 

삼성화재의 플랫폼회원상해보험 ▲골프플랜 ▲운전자플랜, AIG의 그대에게 상해보험 ▲다이어트 응원플랜 ▲싱글안심플랜, 현대해상의 ▲하이사이버 안심보험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Chubb의 ▲원데이 등산플랜 ▲펫밀리보험 기본견 플랜‧특수견 플랜 ▲국내여행 차박보험과 DB손해보험의 프로미 고객사랑2 ▲효사랑 플랜 ▲안심귀가 플랜 ▲식중독 플랜도 구매 가능하다.

 

이용자가 선물로 온 교환권을 열어 ‘교환권 사용하기’ 버튼을 누르면 쿠폰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창이 뜬다. 별도 회원가입 없이 가입 정보만 작성하면 간단히 가입할 수 있다.

 

이밖에 DB손해보험은 지난 19일 카카오페이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암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별도 회원가입 없이 카카오페이 회원이라면 쉽게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도 선물하기를 비롯해 카카오플랫폼을 통한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카카오커머스의 ‘선물하기’는 보험사 입장에서 생활밀접형 소액보험을 판매하기 매우 좋은 플랫폼”이라면서 “보험사는 이러한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판매 채널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빅테크 협업의 미래, 실적 상승 효과? 플랫폼 종속?

 

앞으로 빅테크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의 경제 활동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이들은 설계사를 통한 보험상품 가입보다는 꼭 필요한 부분을 쉽게 보장받을 수 있는 실속형 미니보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더불어 보험시장 진입 규제 완화로 인해 빅테크업체들이 보험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해야하는 보험업계로서는 디지털 전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빅테크업계와 보험사의 협업은 소비자들이 보험에 쉽게 가입할 수 있고, 특히 젊은 세대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신계약건수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보험판매가 빅테크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면 보험사가 빅테크기업에 종속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보험연구원이 이달 4일 발표한 ‘CEO 리포트 – Next Insurance: 디지털 환경과 보험산업’ 보고서는 디지털 보험시장이 정착된 후의 경쟁구도에 대해 빅테크업체와 보험회사의 경쟁적 협업관계가 유지되거나, 빅테크 기업이 경쟁우위를 점유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적 협업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빅테크가 보험산업으로 진출하되 생활밀착형 상품‧미니보험 등을 중심으로 제공하고, 기존 보험회사는 종신보험‧변액보험 등 설계사의 설명이 필요한 전통 보험상품을 제공해 보험시장이 영역별로 양분되는 상황이다.

 

빅테크가 경쟁 우위를 점하는 상황은 빅테크업체가 보유한 기술과 플랫폼으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이다. 이때 기존보험회사가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면 고객 접점을 잃고 빅테크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

 

손 연구위원은 카카오커머스 선물하기 내 보험 가입 상품권 판매는 “기존 보험사들이 가지고 있는 채널 외에,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과 가장 잘 맞는 판매 채널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빅테크와 커머스의 ‘경쟁적 협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빅테크에 기존 보험사들이 종속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관련해서는 “단기간에 빅테크가 보험시장에 진입하고, 기존 보험사가 이에 종속될 수 있다고 단정짓는 것은 어렵다”고 봤다.

 

손 연구위원은 “빅테크에 기존 보험사들이 종속되는 상황이 발생하려면 빅테크가 보험시장에서 매우 큰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빅테크가 그러한 영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보험시장에 대한 이해나 보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가져야 할 언더라이팅 역량 등이 아직 기존 보험사들이 가진 역량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빅테크와 기존 보험사들이 보험 시장을 확대하려면, 현재 카카오커머스의 사례와 같이 협업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보험사 입장에서는 빅테크 종속에 대한 가능성들을 아예 버릴 수는 없기 때문에, 빅테크가 가진 기술, 생활 속에서 생태계를 접할 수 있는 역량 등 강점을 보험사들이 어떻게 내재화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보험사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상품들이 고객들이 대하기에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간단한 보험을 개발하는 등 생각의 전환을 하면서 상품 개발에 나서는 것도 기존 보험사들이 빅테크에 대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