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현대자동차가 단순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로봇을 결합한 ‘기술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한다. 글로벌 생산 전략과 함께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자율주행, 로봇 기반 생산 체계를 동시에 추진하며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자동차는 26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제5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올해 경영 방향으로 ▲현지 생산 확대 ▲지역 특화 상품 전략 ▲기술기업 전환 가속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전략의 핵심은 ‘AI 기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진화에 방점이 찍혔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미국 내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와 인도·사우디·베트남 신규 거점 구축을 통해 글로벌 생산 체계를 재편하겠다”며 “2030년까지 그룹 기준 생산능력을 연간 120만대 추가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별 수요에 맞춘 제품 전략도 병행된다. 중국에서는 5년간 20종, 유럽은 18개월 내 5종, 북미는 2030년까지 36종의 신차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현대자동차는 차량 자체를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SDV 전략을 본격화한다. 내년 출시될 차세대 SDV 모델에는 고속도로 자율주행(NOA) 수준의 기능이 탑재되며, 차량 업데이트와 기능 확장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를 구축한다.
자율주행 기술도 단계적으로 고도화된다. 올해 출시 예정인 G90 개조 모델부터 레벨 2+ 수준 운전자 보조 기능이 적용되고, 2028년에는 제네시스 플래그십 모델을 중심으로 도심 환경까지 확장된 레벨 2++ 기술이 도입될 예정이다. 이는 완전 자율주행 이전 단계에서 ‘AI 보조 주행’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는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글로벌 기술 기업과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협력을 통해 차량용 AI 컴퓨팅 역량을 높이고, 웨이모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한다. 또한 자체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해 포티투닷과 모셔널에 대한 투자도 지속한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피지컬 AI’ 기반 제조 혁신이다. 현대자동차는 구글 딥마인드 및 엔비디아와 협력해 실제 물리 환경에서 작동하는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생산 공정에 적용할 계획이다. 로봇이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생산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를 위해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같은 고도화된 로봇을 생산 라인에 투입해 생산 효율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전략을 ‘자동차 제조→모빌리티 기술 플랫폼’으로의 구조적 전환으로 평가한다. 차량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데이터, AI, 로봇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안건도 통과됐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전자 주주총회 도입 등 개정 상법에 대응하는 조치가 의결됐으며, 이사 보수 한도는 284억원으로 상향됐다. 지난해 배당금은 주당 1만원으로 확정됐다.
현대자동차는 향후 기술기업 전환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AI 기반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와 AI로 이동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의 전략은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확보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