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농림축산식품부가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둘러싼 비위 의혹 가운데 일부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특별감사 결과, 공금 유용과 배임 정황 등 명백한 법령 위반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농협 조직 전반의 내부 통제 부실과 구조적 문제점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농식품부는 8일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대상으로 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임직원의 형사 사건 변호사비를 공금으로 지급한 의혹과 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 등 두 건을 경찰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감사 과정에서 확인된 위법·부당 사례는 총 65건에 달했다.
이번에 수사 의뢰된 사안 가운데 하나는 농협중앙회가 임직원의 개인 형사 사건과 관련해 약 3억2천만 원의 공금을 지출한 의혹이다. 또 다른 한 건은 농협재단 소속 임직원이 공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배임 의혹이다. 농식품부는 사전 통지와 이의 제기 절차를 거쳐 감사 결과를 최종 확정·공개할 방침이다.
감사 결과는 단순한 일부 일탈을 넘어 농협 조직 전반의 운영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식품부는 인사·조직 운영의 불투명성, 반복되는 비위 의혹,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내부 통제 장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 과정에서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해외 출장 과정에서 기준을 초과한 공금을 사용하고, 계열사를 통해 수억 원대의 과도한 보수를 수령한 정황도 포착됐다. 농협 최고 책임자의 행태마저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점에서 조직 내부의 자정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특별감사는 지난해 국정감사 등을 통해 농협 관련 각종 비위 의혹이 잇따라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4주간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26명을 투입해 감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중간 발표 형식으로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해 12월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협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철저한 감사를 주문한 바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에 수사 의뢰된 두 건 외에도 농협 선거 과정에서의 부정·금품 제공 의혹에 대해 추가 감사를 진행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수사 의뢰와 시정 명령에 나설 계획이다. 감사 기간의 제약으로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금품 수수·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38건에 대해서도 재감사를 예고했다.
농식품부가 운영한 농협 관련 익명 제보센터에는 지난해 말까지 무려 651건의 제보가 접수됐다. 이는 농협 내부에 만연한 문제점이 일부 임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특별감사가 어려웠던 회원조합에 대해서도 현장 중심의 추가 감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그동안 농식품부의 관리·감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감사를 계기로 농협 비리의 근본 원인을 짚고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감독 부처로서의 안이한 대응을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농협의 고질적인 비위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비상임 조합장 연임 제한, 외부 회계감사 주기 단축, 도시조합 역할 강화 등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으며, 추가로 인사·운영 투명성 강화와 정부 관리·감독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한 추가 개정안도 발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이달 중 ‘농협 개혁 추진단(가칭)’을 구성해 선거제도와 지배구조 전반을 손질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 감사체계도 가동해 농협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감사위원들은 특히 농협 선거 제도가 부패의 근본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별감사에 참여한 하승수 변호사는 “농협 선거에는 ‘불법으로 돈을 써도 공소시효 6개월만 넘기면 된다’는 왜곡된 인식이 퍼져 있다”며 “금권선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농협 개혁을 말하는 것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금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선거 구조 속에서 비위와 자리 나눠먹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선거제도와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농협 개혁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