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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일반/과학

[박재형 칼럼] 신뢰 잃은 농협, 강호동 회장은 왜 자리를 지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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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농협을 둘러싼 신뢰 위기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PF 부실, 내부통제 실패, 금융사고, 유통 자회사 경쟁력 약화 등 문제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며 농협 전체의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향한 시선도 더욱 냉담해지고 있다. 금품수수 의혹과 함께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농협의 리더십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현 상황의 심화에 강 회장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강 회장이 자리를 지키는 이유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의 지배구조 특성은 현직 회장이 쉽게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농협중앙회장은 조합장 간선 방식으로 선출되는 만큼, 일반 국민이나 금융소비자의 여론보다는 내부 조직의 표심이 크게 작용한다. 이 구조는 회장이 일정 수준의 네트워크와 조직 기반을 유지하는 한 강한 압박에도 버틸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농협 내부 특유의 안정성 중시 문화, “지금 리더가 흔들리면 조직 전체가 더 혼란스러워진다”는 보수적 기류 역시 강 회장의 현행 기조를 가능하게 하는 배경으로 언급된다.

 

강 회장 개인의 상황도 변수다. 현재 받고 있는 의혹은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지만, 법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리더십 유지 여부는 더욱 민감한 문제가 된다. 퇴진할 경우 혐의를 인정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해석도 조직 안팎에서 나온다. 자리를 유지하는 동안은 일정한 방어력이 존재하지만, ‘전직’이 되는 순간 정치적·법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 역시 꾸준하다. 이런 맥락에서 강 회장의 판단이 조직보다는 개인 리스크 관리에 기운 것 아니냐는 비판적 해석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농협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다. 농협이 발표한 PF 부실 규모가 실제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농업인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협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사결정 속도와 조직의 추진력이 약해졌다는 현실적 고민이 조심스럽게 언급된다. 강 회장의 거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농협 체질 개선은 물론, 대외 신뢰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농협은 금융기관이자 공적 조직이라는 특수성을 가진다. 그렇기에 리더의 도덕성과 책임 의식은 더욱 중요한 요소다. 중앙회장의 의혹이 장기화될수록 농협이 공공성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쌓아온 위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강 회장이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농협이 앞으로 어떤 기관으로 평가받을 것인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농협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둘러싼 의혹을 명확히 정리하고, 책임과 리더십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 농협이 요구받는 것은 ‘버티기’가 아니라, 변화와 쇄신을 향한 결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