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정부 부처들이 7일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 접속 차단에 대거 나섰다.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날 접속을 차단한 데 이어 통일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이 이날 접속을 차단했거나 차단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생성형 AI에 대해 금일 접속 차단 등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도 "딥시크 정보 수집 체계가 챗GPT 등과 다른 것으로 파악돼 정보 유출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접속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경제 사령탑인 기획재정부는 접속 차단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딥시크와 관련한 대내외의 기술적 우려가 다수 제기되고 있어 외부 접속이 가능한 PC에 딥시크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범정부 차원의 딥시크 접속 제한 움직임은 생성형 AI 사용 과정에서 민감한 업무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4일 중앙부처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딥시크와 챗GPT 등 생성형 AI 사용에 유의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생성형 AI에 개인정보 입력을 자제하고, 생성형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무조건 신뢰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오후 4시 현재 딥시크 접속을 전면 차단 조치한 광역자치단체는 서울과 인천, 대구, 광주, 대전, 경기, 충북, 전남, 전북, 제주 등이다. 나머지 광역자치단체들도 접속 차단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도 딥시크 차단에 동참하는 기류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31일부터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공공 금융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 4일부터 접속을 막았다.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지난 3일부터 안전성 검증을 이유로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챗GPT 등 다른 생성형 AI는 사용할 수 있지만, 딥시크 앱 다운로드나 사이트 접속은 막은 상태다.
하나은행은 지난 4일부터,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각각 사내 외부망이나 고객용 PC 등에서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와 케이뱅크도 데이터 수집·학습 관련 보안성 검토가 완료될 때까지 딥시크 서비스를 차단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는 이날 서울 중구 국가AI위원회 회의실에서 국내 AI 산업의 경쟁력을 진단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국가AI위원회 분과위원인 김두현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오픈AI나 딥시크급으로 AI 기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추격조를 구성해야 한다"며 "국가 AI 컴퓨팅 센터 산하에 특수 임무 조직을 둬서 제도에 묶이지 않고 파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올 연말까지 우리나라에서 10개 이상의 딥시크 같은 회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리겠다"며 "추격조로 선정된 회사에 '한 3년 정도 국내 데이터를 모두 갖다 쓰라, 저작권은 나중에 계산하라'는 아주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은 "딥시크 R1보다 추론 수준이 높은 것이 오픈AI 'o3 mini(미니)'인데 그 정도 수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H200 2천장가량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1천억원 정도 비용이 든다"면서 "정부가 조 단위 투자를 나눠먹기식으로 하는 것보다는 우선 할 수 있는 기업에 최소한 그 정도 투자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AI 각축전 속에 한국은 '제법 잘하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데 '아주 잘하는 나라'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가장 중요한 '목표를 향해 한번 달려나가자'는 결의가 정부와 업계, 국민의 공통된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차관은 AI 기술개발 지원금 증액 논의에 대해 "재정 당국과 많은 분야 협의 중이고, 기업에서 투자 규모를 정하는 어려움이 있는 상태에서 정부가 국책금융을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딥시크 측은 "가짜계정, 허위정보 주의"
7일 중국 매체 제일재경과 펑파이 등에 따르면 딥시크는 전날 저녁 위챗 계정에 올린 '딥시크의 공식 정보 발표 및 서비스 채널에 대한 설명'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제재를 뚫고 저비용·고효율 AI 모델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이후 딥시크가 자사 관련 소문들을 부인하는 내용의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딥시크는 성명에서 "최근 딥시크와 관련된 일부 위조 계정과 근거 없는 정보가 대중을 오도하고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 권익을 보호하고 허위 정보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공식계정 등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며 딥시크는 위챗, 샤오훙수, 엑스(X·옛 트위터)에서만 공식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딥시크는 "이들 계정 외에 딥시크나 관련 책임자 명의로 외부에 회사 관련 정보를 게시하는 다른 계정은 모두 위조 계정"이라며 "딥시크와 관련된 모든 정보는 공식 계정에 게시된 것을 기준으로 하며, 어떠한 비공식·개인 계정에 올라온 정보도 딥시크의 견해를 대표하지 않으니 주의 깊게 식별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또한 "딥시크 AI모델 서비스를 받으려면 홈페이지 등 공식 채널을 통해 앱을 다운받아야 한다"며 "위챗의 공식 사용자 그룹 외에 딥시크 공식 그룹과 관련된 모든 요금 부과행위는 허위이니 재산 손실을 피하도록 신중하게 판별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