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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제품 나눔.. 폐기비용 받을 수 있나요?" 당근이 대답했다

당근, 중고거래 실제 분쟁 조정 사례 모아 사례집 발간
지난해 11월 '당근 분쟁조정센터' 출범한지 1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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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 당근 중고 거래로 사용하던 캐리어를 2만원에 구입해 유럽여행을 떠난 구매자. 그러나 여행 도중 캐리어의 바퀴가 파손되어 곤란을 겪게 됐다. 파손 때문이 아니라 바퀴가 경화됐고, 판매자가 낡은 물품을 판 것이 원인이라 전액환불을 원한다는 A씨. 여행가서 망가뜨린 제품을 반품하는 경우가 어디있냐며 맞서는 판매자. 구매자는 환불이 가능할까?

 

# 36P 기저귀를 사서 몇 장만 사용했다는 말을 듣고 비대면 거래를 선택한 구매자. 막상 받고 보니 기저귀의 갯수가 36P의 1/3 이상인 14장이 사용되고 22P가 남아있는 상황. 14개의 기저귀는 '몇 장'이라는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났다며 환불을 요구. 판매글 내 모호한 표현으로 분쟁이 발생한 사례다.

 

#택배로 가방을 받았는데 판매글의 상태와는 달리 하자가 있었다. 판매자는 멀쩡한 것을 보냈다면서 구매자의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하며 환불을 거부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이 공개한 실제 분쟁사례다. 당근 분쟁조정센터는 위 사례들에 일부 환불 처리를 제안하고 판매자가 받아들여 조정을 이끌어냈다. 

 

사업자와 구매자의 역할이 명확한 오픈마켓과는 달리, 개인거래는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도 구매자가 될 수도 있다. 개인간의 중고거래 특성상 주관적인 잣대로 분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2023년 11월 국내 개인 간 거래 플래폿 최초 분쟁 전담 기구인 '당근 분쟁조정센터'가 출범했다.

 

첫번째 사례는 캐리어 판매자가 물품 대금 20,000원의 일부인 2,000원을 구매자에게 배상하도록 제안했다. 

 

기저귀 판매자의 경우, 새 제품 기준으로 누락된 개수만큼 배상액을 산정해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4,000원의 판매대금 중 1,540원을 배상하도록 제안했다. 

 

가방 판매 사례의 경우 구매자가 고의로 가방을 바꿔치기하거나 하자를 만들기 어려운 짧은 시간 내에 환불을 요청했다는 점을 참고해 물품 대금 230,000원의 일부인 69,000원을 구매자에게 배상하도록 제안했다.


무료로 제품을 받는 '나눔'의 경우도 언급했다. 무료 나눔은 거래가 아닌 증여이므로, 거래에 의한 분쟁이 아닌 경우엔 당근이 개입하거나 조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나눔 물품의 경우 나눔자에게 폐기비용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도 적시했다. 

 

당근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앱 내 당근 채팅창에 "분쟁조정" 또는 "당근 조정을 신청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입력하면 판매자와 구매자 양측에 분쟁 조정 안내 메시지가 발송된다. 안내에 따라 원하는 합의안을 공유한 후 대화를 통해 조율할 수 있다. 당근 분쟁조정센터는 이 합의안과 거래 상황, 운영정책 등을 고려해 조정안을 제시한다.

 

 

이용자 변심, 냄새, 거래 금지 물품 분쟁은 조정 어려워

 

"나와 거래하기로 했는데 잠수타더니, 금액을 올려 다른 사람에게 팔았어요."
"가격 찔러보기만 하고 안사요"
"사고 보니 시중에 팔고있는 새 상품보다 더 비싸요"
"당근으로 산 글러브에서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나요"
"넷플릭스 계정 공유해놓고 비번을 바꿔서 사용이 안돼요"

 

실제 빈번하게 일어나는 분쟁 사례이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사례로는 당근에서 분쟁 조정이 불가하다. 당근은 조정이 불가한 분쟁사례도 안내했다. 거래 금지 물품을 거래하거나, 가품이나 이미테이션 판매, 구매자의 연락두절, 변심, 주관적인 잣대 등이다. 

 

정품인것 처럼 유도하고 가품을 구입하게 되었다면 이는 사기에 해당하여 수사기관으로 넘긴다. 욕설이나 비방등의 비매너 행위로는 분쟁에 해당하지 않는 다고 언급했다. 판매글 촬영 구도와 조명, 필터차이에 의한 구매자의 환불 요구나 냄새가 나는 등의 주관적인 사유도 분쟁에 해당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등 OTT 계정을 거래했으나 이용이 불가해도 당근은 개입하지 않는다. OTT 계정은 현행 법령을 위반하는 물품은 물론, 당근에서 거래 금지 물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당근은 당근 분쟁조정센터 외에도 합리적인 절차와 기준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KISA와 분쟁 예방을 위해 '지울 분쟁조정제도'를 운영하고, 공정위, 소비자보호원과는 거래 품목별 분쟁 해결 기준을 공동으로 마련하고 있다. 학계 및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프라이버시 정책 및 이용자보호위원회'에 자문을 받고 있다고도 밝혔다.

 

당근 이용자 민*씨는 "거래 중에 설명한 내용과 실제 물건이 상이해 분쟁이 일어났었는데, 당근분쟁조정센터의 중재 덕에 부분 환불로 마무리되었다"고 밝혔다. 이용자 굿***씨는 "예전에 제가 환불 요청했던 사람이 환불해 준다고 해 놓고 갑자기 탈퇴를 해서 당근 분쟁조정센터에 글을 남겼다. 그 사람 계정이 정지됐고, 그로 인해 어제 그 사람에게 바로 연락이 와서 환불을 받았다"고 후기를 남겼다. 

 

신지영 당근서비스 대표는 언론사와 인터뷰했던 것을 인용해 "개인간 거래 특성상 작은 오해나 감정이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 차원에서 쟁점 상황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따른 1차 조정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해소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분쟁이 없으면 좋지만 피할 순 없다. 그럴 때마다 빠르게 개입해 이용자가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지 않도록 돕게 싶다"고 밝혔다.

 

당근 분쟁해결 사례집은 당근 앱 내 공지사항이나 고객센터 FAQ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