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A씨는 최근 채용공고가 난 한 공공기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챗GPT를 활용했다. 경험이나 경력을 해당 직무역량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줄 뿐만 아니라 문장을 유려하게 다듬어줘 지원서를 작성하는 데 쓰는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이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불씨는 지난 4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채용 과정에서 한 AI 기업의 'GPT 킬러'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지펴졌다. GPT 킬러는 채용 전형에서 축적된 데이터 활용해 챗GPT와 같은 AI가 작성한 문서를 판독해주는 서비스다.
한국수력원자력 외에도 다양한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GPT킬러를 도입한 상태이고, 이들 기업은 챗GPT를 이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사실이 적발된 지원자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
하지만 구직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조치가 과도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AI 기술 활용이 일상화된 현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챗GPT 답변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닌 원본을 챗GPT에게 첨삭 받거나 문장을 다듬는 정도는 수용해 줘야 한다는 요지다.
자소서 전형 없어질까...면접 전형 등 강화될 가능성 높아
실제로 구직자들은 챗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7월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20대 취준생 14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이 취업 준비 중 챗 GPT를 활용했고, 그중 54%는 자소서 작성에 생성형 AI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용주들의 상당수는 챗GPT 자소서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지난달 24일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1%가 챗GPT로 작성한 자소서에 대해 '독창성이 없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64.5%는 챗GPT로 자소서를 작성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감점과 불합격 등의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채용과정에서 자소서가 아예 없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챗GPT를 활용해 자소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구직자들의 역량을 판단할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향후 인력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전형이 강화되거나 시험 등 변별력을 갖춘 새로운 전형이 도입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