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하만 인터내셔널이 헝가리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유럽 전장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단순 생산 확대를 넘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차량용 플랫폼 개발을 결합한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전략의 전초기지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헝가리 투자청(HIPA)에 따르면 하만은 총 1억3,118만유로(약 2,300억원)를 투입해 연구개발(R&D)과 생산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번 투자는 유럽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확대 흐름 속에서 전장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 통합 개발…SDV 대응 가속
부다페스트 R&D 센터에서는 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하는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이 진행된다. 특히 차량 내 다양한 시스템을 통합하는 ‘디지털 콕핏’과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차량 데이터 처리 기술이 핵심 개발 영역으로 꼽힌다.
세케슈페헤르바르 지역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과 차량 정보관리 솔루션(Vehicle Data Management) 관련 실험 개발이 병행된다. 이는 차량 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제어하는 SDV 아키텍처 구축과 직결되는 영역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 일부가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겨냥한 전장 솔루션 개발과 연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구조로 전환하면서, 전장 파트너와의 협력이 더욱 긴밀해지는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생산기지 디지털 전환…스마트팩토리·친환경 동시 추진
하만은 생산 거점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다. 세케슈페헤르바르와 페치 공장에는 자동화·디지털화 기술을 도입해 생산 효율성과 품질 관리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전자부품 생산에서 요구되는 고정밀 공정 대응을 위한 조치다.
또한 태양광 설비 구축을 병행해 친환경 생산 체계를 강화한다. 전장 산업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생산 단계에서의 탄소 저감 전략이 경쟁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 ‘전장 삼각축’ 전략 강화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를 통해 전장 사업에 본격 진출한 이후,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장 솔루션을 연결하는 ‘전장 삼각축’ 전략을 추진해왔다. 차량용 반도체, OLED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합 공급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AI와 소프트웨어 역량이 전장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하만의 역할도 단순 부품 공급에서 ‘차량 플랫폼 파트너’로 확대되고 있다. 차량 내 OS, 데이터 플랫폼, 사용자 경험(UX)까지 포함하는 통합 솔루션 제공이 목표다.
특히 이재용 회장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 확대에 직접 나서면서, 삼성의 전장 사업은 전략적 투자와 파트너십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모습이다.
유럽 전장 시장 ‘거점 경쟁’ 본격화
유럽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는 핵심 시장으로, 글로벌 전장 기업들의 투자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이번 하만의 헝가리 투자는 생산과 R&D를 결합한 ‘복합 거점’ 구축을 통해 유럽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장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지역별 R&D 거점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완성차 업체와의 공동 개발이 증가하는 만큼, 현지 밀착형 개발 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만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유럽 내 전장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SDV 시대를 겨냥한 기술 경쟁에서도 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