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26년을 앞두고 구성원들에게 기존의 성공 공식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과 경쟁 구도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LG만의 차별적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구 회장은 22일 국내외 LG 구성원들에게 이메일로 전달한 2026년 신년사 영상 메시지를 통해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꿈꾸며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노력만큼이나 세상의 변화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의 패러다임과 경쟁의 룰이 빠르게 바뀌고 고객의 기대 수준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혁신을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닌 “오늘의 고객 삶을 개선하는 동시에 미래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로 정의했다.

구 회장은 특히 ‘선택과 집중’을 혁신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그는 “고객의 마음에 닿을 하나의 핵심 가치를 먼저 선택해야 한다”며 “핵심 가치가 명확해질 때 혁신의 방향성이 분명해지고 조직의 힘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선택한 영역에서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수준까지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며 “그 치열한 집중이 고객에게 ‘정말 다르다’고 느껴지는 경험을 만들고, 결국 세상의 기준을 바꾸는 탁월한 가치를 완성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우리는 지금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자 동시에 주어진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0년 후 고객을 미소 짓게 할 가치를 선택하고, 여기에 오늘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혁신이야말로 LG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며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이번 2026년 신년사 영상에는 외부 전문가 3인의 인터뷰도 함께 담겼다. 기술 패러다임, 조직과 경쟁 환경, 고객 인식 변화 등 경영 환경 전반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해서다.

조지 웨스터만 MIT 수석연구과학자는 “생성형 AI를 비롯한 기술 발전으로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AI가 주도하는 급진적 변화의 시대에는 오히려 성공한 대기업일수록 더 빠르고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S)의 수닐 굽타 교수는 “스타트업은 물론 글로벌 테크 기업, 오랜 역사를 가진 대기업들까지 비즈니스 전략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과거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사고와 혁신적인 접근 없이는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이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미영 트렌드코리아컴퍼니 대표는 “소비자는 단순히 가격이나 품질이 아닌, 그 이면의 가치와 의미까지 꼼꼼히 따진다”며 “왜 이 가격인지, 어떤 차별적 경험을 제공하는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선택받는 시대”라고 말했다.

한편 LG는 구성원들이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할 수 있도록 2022년부터 신년사를 연초가 아닌 연말에 전달하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9년 신년사에서 ‘고객’을 LG 경영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한 이후, 매년 고객가치 중심의 경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진화·발전시켜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