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상품이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게 되면서 조각 투자 플랫폼 시장에 격변이 뒤따를 전망이다.
20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자본시장법상 증권 중 하나인 투자계약 증권에 해당한다고 의결했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을 직접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음악 저작권에서 나오는 ‘수익을 받을 권리’를 사고파는 플랫폼이다. 이 권리를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라고 하는데 권리를 쪼개서 그 지분을 투자자들에게 소액 단위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들은 지분 비율에 따라 매달 저작권 수익을 받을 수 있고 저작권료 청구권을 사고팔며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 해당 음원이 많이 재생될수록 투자자의 저작권료(배당)와 권리 가격(주가)도 높아진다. 뮤직카우의 사업모델과 거래 방식이 배당 수익과 시세차익을 얻는 주식과 사실상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뮤직카우는 그동안 ‘금융투자업’이 아닌 ‘통신판매업’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다.
이번 결정으로 뮤직카우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시 규제 위반에 따른 증권 발행 제한, 과징금·과태료 부과 등 제재를 받게 됐다. 그동안 증권신고서와 소액 공모 공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과 사업구조 개편을 조건으로 뮤직카우 제재 절차를 6개월간 보류하기로 했다. 투자계약증권 개념을 처음 적용하는 사례인 데다 위법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고 사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 등을 감안한 조치다.
금융당국이 뮤직카우의 상품을 증권으로 판단하면서 카사, 테사, 트위그, 뱅카우, 피스, 비브릭 등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에도 자본시장법이 적용될지 주목된다. 뮤직카우와 거래되는 상품은 다르지만 거래 방식은 유사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는 지난해 12월 혁신금융서비스 연장이 허가되면서 당장의 제재는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건물 공모 시 증권신고서를 확인받고 발행 토큰과 동일한 양의 수익증권을 발행해 예탁결제원에 전자등록하는 등 증권업에 준하는 절차가 요구됐다. 투자자 권리 보호를 강화하라는 주문이다.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는 음악 저작권과 달리 미술품은 ‘실물 자산’에 기반을 뒀다는 점에서 뮤직카우 상품과는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작가의 인기와 기대심리 등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고, 소유권자는 이에 따라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증권과 유사하다.
조각투자 시장 전반 위축 우려도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에 조각투자 시장 전반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뮤직카우의 경우 사업 중단이나 과징금 등의 제재는 면했지만 뮤직카우 플랫폼에서 저작권료 청구권을 거래한 투자자의 손해는 불가피하다. 기존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며 저작권료 청구권의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신규 저작권료 청구권 발행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당국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는 조만간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규제기관 입장에서는 신규(조각투자 플랫폼 상품) 소비자의 피해를 막는 데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뮤직카우의 경우 기존 소비자의 손해가 우려된다고 해서 불법으로 판명이 났는데 이제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계속 영업을 하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홍 교수는 이어 “다만 뮤직카우는 ‘미필적고의’가 인정돼서 제재가 유예됐다. (뮤직카우와 사업 방식이 유사하지만) 아직 규제를 받고 있지 않은 업체들이 뮤직카우 제재 결과를 보고도 경매 등을 진행하면 ‘고의’가 돼버릴 수 있다. 앞으로는 정상참작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