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9일 마무리됐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 사실상 원점 재검토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는 온라인플랫폼의 ‘갑질’을 막기 위해 온플법을 추진해왔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축이 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하는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이 각각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1년 넘게 계류돼 있다.
이중 공정화법은 ▲검색‧배열 순위 등의 조작‧변경을 통해 입점업체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 ‧입점업체가 구입할 의사가 없는 재화와 서비스를 강매하는 행위 ▲거래 발생에서 발생한 손해를 입점업체에 떠넘기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계약 시 기간과 내용이 명시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IT업계는 공정위와 방통위가 각각 입법을 추진하면서 이중규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 입법 추진 과정이 성급히 진행되는 점, 지나치게 법 적용 범위가 넓은 점, 표준계약서의 실효성이 없는 점 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법안 통과를 반대해왔다.
온플법을 차기 정부에서 신속하게 처리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유지에 실패하면서, 온플법의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
국민의힘은 온플법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플랫폼의 다양성 및 역동성을 감안해 섣부른 규제 도입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플랫폼, 소비자단체,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플랫폼 자율규제기구를 설립하고자 한다. 또 플랫폼 내부에 이용자와 사업자 간 자율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어 기업이 스스로 분쟁을 처리하는 방식을 유도한다.
국민의힘 선대위 과학기술정책 공약단장을 맡은 김영식 의원(과방위 소속)은 지난달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플랫폼 규제와 관련, “현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은 새로운 플랫폼 기업의 등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규제와 진흥을 조화롭게 운영해 정보 양극화를 해소하고 플랫폼 신생기업의 경쟁력 강화까지 모두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단일화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기업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현재 존재하는 규제를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등 7개 단체가 소속된 디지털경제연합은 10일 발표한 메시지에서 “그동안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많은 규제들로 인해 산업의 불확실성은 높아졌으며, 성장이 더디고 규제는 반복되고 늘어만 왔다”면서 “새 정부는 규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적극 나서주길 바라며, 디지털경제계 역시 자율적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힘도 법 취지는 공감...민주당 여전히 ‘과반의석’
다만 윤 당선인 역시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부작용에 대해 공감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온플법의 향방은 계속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국민의힘도 온플법의 법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민주당이 여전히 국회에서 170여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도 변수다.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안건조정위원회 절차를 밟는 등 ‘법안 밀어붙이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들도 온플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IT업계도 아직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IT업계 관계자는 10일 본지 문의에 “지금 타이밍에서는 온플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