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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싸이월드, ‘디지털 유산’ 논의 재점화

이용 약관 변경해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 시작
‘사후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놓고 갑론을박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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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싸이월드 측이 고인이 된 회원들의 사진, 동영상, 다이어리 등 게시물을 유족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디지털 상속권'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싸이월드는 최근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싸이월드 측은 이를 위해 지난 한 달간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아 이용약관을 수정했다.

 

실제 개정된 싸이월드 이용약관 제13조에는 "회원이 사망할 경우 고인의 게시글은 별도의 절차 없이 상속인에게 이전된다. 추가로 상속인의 요청에 따라 회원의 공개된 게시글을 별도의 매체에 복사해 제공할 수도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유족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전체 공개로 설정된 게시글로 제한된다.

 

싸이월드의 이와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서비스에 찬성하는 이용자들은 SNS의 사진, 동영상, 다이어리 등 게시물이 모두 디지털 유산이므로 유족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비스에 반대하는 이용자들은 '사후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우려한다. 유족이라 할지라도 일촌 등 게시물 접근이 가능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의 SNS 게시물을 공개하기 꺼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애플·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 사망 후 계정 관리권 사전 설정하도록 조치

 

세계적으로는 디지털상속권에 무게를 실어주는 추세다.

 

지난 2018년 독일연방법원은 사망한 15세 소녀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고인의 모친에게 부여했다. 페이스북과 맺은 계약이 고인 유산의 일부라는 것이 판결 이유다.

 

이후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유산 접근'(Legacy Contact)이라는 기능을 도입해 회원 본인이 사망 후 계정 관리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사전에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은 '휴면 계정 관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로 일정 기간 동안 계정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알리고, 그 사람이 계정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다만 휴면 계정 관리자를 설정해 놓지 않았을 때는 휴면계정 상태 일정기간 지속 시 계정이 삭제된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iOS 15.2 버전을 출시하면서 계정 주인이 자신의 애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관리자를 5명까지 지정할 수 있는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는 2020년 7월 한 오스트리아 여성이 고인의 아이클라우드(애플의 데이터 저장 드라이브 시스템)에 대한 접근 권한을 주장하며 애플 측에 소송을 건 데 따른 조치다. 당시 법원은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의 IT기업인 텐센트는 지난해 중국 내 '사람의 사망 후 디지털 항목 및 자산의 상속에 관한 것'이라는 특허 최종 승인을 받아 회원이 상속받을 대상과 자산을 지정하면 해당인이 자산을 이전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인이 생전 사용했던 게임의 디지털 아이템도 상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선 디지털 유산 개념과 상속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이런 이유로 일부 기업들은 디지털 유산을 다루는 자체 규정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는 고인의 계정을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네이버는 프라이버시센터의 ‘디지털 유산 관련 정책’에서 “회원의 아이디 및 비밀번호와 같은 계정정보를 일신전속적 정보로 보아 유족의 요청이 있는 경우라도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네이버는 대신 고인과의 관계를 확인한 뒤 유족 등 정당한 권리를 갖는 자일 경우 요청 시 회원 탈퇴 처리를 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사망한 회원의 회원 탈퇴만을 지원할 뿐 고인의 계정과 데이터를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인의 휴대폰을 가져올 경우 유족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비밀번호 패턴을 해제시켜 준다. 다만 반드시 고인 본인 명의의 휴대폰이어야 하며, 스마트폰 기기가 없을 경우 삼성 계정 접근이 어려울 수 있고 일부 최신 기종은 패턴 해제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업들의 디지털 유산 정책에 관련하여 “고인이 생전에 싸이월드 게시물을 어느 정도로 공개해 운영했느냐 핵심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해 운영했을 경우 게시물을 가족에게 전달하는 것이 맞지만 자신만 볼 수 있는 개인적인 게시물이라면 유족일지라도 전해서는 안 된다”며 “누구에게나 부모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