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서울시가 카카오택시의 ‘승객 골라태우기’ 정황을 포착한 가운데, 택시업계와 공동으로 연 2회 주기적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7일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모빌리티투명성위원회’를 구성해 자체적인 신뢰성 제고에 들어간다.
서울시가 카카오택시의 골라태우기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힌 것은 지난 2월이다. 조사원이 승객을 가장해 카카오택시를 직접 불러서 탑승하는 ‘미스터리 쇼퍼’ 방식으로 2개월 간 총 841대를 호출하면서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 결과, 서울시는 택시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에 장거리 승객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높다는 것이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평일 밤 시간대에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통행 호출 성공률은 23%,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 호출 성공률은 54%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실태조사를 자문한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장거리 호출 성공률이 높고 단거리는 낮은 점, 밤시간대 호출 성공률이 낮고 배차실패횟수도 타 시간대보다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목적지를 보고 골라 태운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도 “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시 발표에 반박했다. 카카오T 플랫폼이 장거리, 단거리 콜을 가려서 기사에게 전달하거나 장거리 콜 손님을 우선적으로 매칭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골라잡기 현상은 카카오T 택시 플랫폼에 기인한 문제가 아닌 수요공급 불일치가 심화되는 피크시간 대에 기사들이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행해지는 택시업계의 오래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조사 대상 시간대는 대표적인 피크대로, 공급량 대비 수요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사들이 수익이 좋은 콜을 골라 선호하는 경향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실태조사, 카카오는 투명성위원회 구성
서울시는 이날 택시업계와 공동으로 카카오택시 실태조사를 주기적, 지속적으로 실시해 시민 불편사항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겠다고 선언했다. 실태조사 결과는 택시업계와도 공유된다.
‘미스터리 쇼퍼’ 방식의 승객 골라태우기 실태조사 외에도 택시운수종사자 및 택시승객을 대상으로 한 현장설문조사 등을 통해 플랫폼택시의 운영 및 이용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다.
시는 실태조사 결과를 국토부에 제도 개선 요구 시 기초 자료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플랫폼택시 인허가권 등 관리권한 대부분은 국토부에 있어 관할 지자체에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서울시는 플랫폼 택시의 운전자 미표시, 중개사업자에 대한 사업개선명령 신설, 사업개선명령의 시도지사 권한 위임 등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요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같은 날 카카오모빌리티는 CEO 산하 직속기구로 ‘모빌리티투명성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모빌리티투명성위원회는 택시 배차 시스템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을 위해 구성됐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기술적 관점에서 택시 배차시스템 내 데이터 처리 과정의 적절성과 신뢰성, 투명성을 전방위적으로 진단할 예정이다. 또 모빌리티 플랫폼이 사회와 교통 편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도 모색해나간다.
위원회는 이달부터 택시 배차 시스템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돌입하며, 신뢰도 제고 차원에서 공개 보고서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해 활동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월 각계로부터 빅데이터, AI 관련 기술분야와 국내 교통관련 분야 전문가 7인을 추천받아 위원회를 구성했다.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서울시 ‘목적지 미표시’ 추진...카카오는 난색
서울시와 카카오모빌리티는 ‘목적지 미표시’를 두고 계속 갈등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서울시는 앞서 골라태우기 문제 해소 방안으로 ‘목적지 미표시’ 방식을 제안했다. 승객의 목적지를 구체적 위치가 아닌 자치구 단위까지만 포괄적으로 표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미표기하는 내용의 단계적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목적지 표기 방식은 승객 골라잡기의 근본적 원인이 아니라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8년 스마트 호출을 도입하면서 ‘목적지 미표기’ 방식을 채택했으나 기사들의 호출 수락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민간기업에서도 기사들에게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는 대신 호출 수락건에 대해 건당 최대 5000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나, 기사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올해 초부터 정책을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목적지 미표시 방식을 무조건적으로 시행할 경우 피크타임 시간대에 목적지를 알 수 없는 호출을 받기보다 앱, 전화 등을 통한 호출 자체를 외면해 시민의 편의성이 저하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플랫폼 이용자와 서비스 공급자의 시각 모두에서 바라보면서, 양쪽을 아우를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목적지 미표시가 도입될 경우, 기사들은 경험적으로 ‘어떤 동네에 장거리를 가는 손님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앱 호출을 수락하지 않고 아예 그 곳에 가서 옛날 방식으로 영업을 하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는 더 불편해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