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리걸테크‧의료 플랫폼과 전문직 단체의 법적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 부처가 갈등을 중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플랫폼이 IT기술을 활용, 기존 전문직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기존 업계와의 갈등이 가시화됐다. 이용자들이 접근하기에는 더 편리해졌지만, 전문직 단체들은 기존 서비스가 플랫폼에 종속될 것을 우려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리걸테크업체 로앤컴퍼니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간 갈등이다. 로앤컴퍼니는 2014년부터 의뢰인과 변호사가 온라인으로 실시간 볍률 상담을 할 수 있는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고 있다.
변협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금품을 받고 알선‧소개를 하고 있다면서 로톡이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 2015년 서울지방변호사회, 2017년 대한변협이 로톡을 수사기관에 고발했지만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2020년 11월에도 직역수호변호사단이 경찰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로앤컴퍼니를 고발했지만 세번째 ‘무혐의’ 판단이 나왔다. 직역수호변호사단은 이종협 변협 회장과 김정욱 서울변회 회장이 이끄는 단체다.
로앤컴퍼니는 지난 4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이 시간 이후 로톡을 두고 공연히 불법 플랫폼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발언의 법적 책임을 질 각오를 하셔야 할 것”이라고 변협을 겨냥했다.
더불어 로톡의 합법성이 재확인된 만큼, 대한변협이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변협은 지난해 5월 변호사 업무 광고규정을 바꾸고,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게 계속 로톡을 이용하면 협회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 징계 절차로 로톡의 변호사 회원수와 매출이 급감했다.
직역수호변호사단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고 조만간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로이어(현 액티브 로이어)’ 서비스와 형량예측 등 서비스에 대해 경찰이 심도있는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법무부는 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주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법무부는 “로톡서비스는 특정 변호사를 소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자가 플랫폼에 게재된 변호사의 광고를 확인하고 상담 여부를 자유롭게 판단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서 로톡이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공식 발표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달 11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독한법률가협회 간담회에서 “리걸테크 산업의 발전 쪽에 손을 들어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신산업이 성장하면 기존 산업과 갈등, 기존 법령단체와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라면서 “법무부장관이 감독권을 가진 변호사협회와 리걸테크 업체의 사실적, 법률적 심한 갈등이 크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 검색 플랫폼 서비스의 발전으로 사법 접근성이 상당히 제고됐다”면서 “리걸테크 산업은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에게 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의 권리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산업 성장동력”이라고 평가했다.
닥터나우 VS 대한약사회, 강남언니 VS 의협 갈등 진행 중
의료 플랫폼과 의료계의 갈등도 첨예하다.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 성형외과 정보 앱 ‘강남언니’ 등이 대표적이다.
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 중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12일 닥터나우에 따르면 이 플랫폼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이용자 수 90만, 다운로드 60만 건을 돌파했다. 약 360여 개의 동네 병‧의원, 약국이 입점 중이며 진료 건수는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약 52배 늘었다.
강남언니는 피부 시술 및 성형수술 의료광고를 본 뒤 관심있는 병원에 모바일 상담신청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12일 운영사 힐링페이퍼에 따르면 강남언니 앱을 통한 병원 상담 신청건수는 150만 건을 돌파했다. 지난 2015년 1월 서비스 출시 이후 7년 만이다. 가입자는 330만 명 수준이며, 병원 후기는 80만 건을 넘었다.
이들 플랫폼은 각각 의료계 전문직 단체와 법적 분쟁을 벌이는 중이다. 닥터나우와 대한약사회는 약 배송 허용 문제를 두고 갈등하면서 서로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와 갈등을 겪고 있다. 의협은 강남언니와 같은 성형 광고 앱이 환자를 불법 알선하고 있다고 보고 회원들에게 해당 업체를 주의하라는 안내를 발송했다. 더불어 강남언니의 의료광고는 의료단체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남언니는 광고가 합법적이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강남언니가 운영하는 의료광고 내 비급여 진료 가격, 환자 치료 전후 사진 등 의료광고 및 후기가 합법이라는 검토 의견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힐링페이퍼 홍 모 대표는 시술 쿠폰을 팔아 병원에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검찰은 홍 대표가 지난 2015년 9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71개 병원에 환자 9215명을 알선하고 1억 7600여 만 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홍 대표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으며 1심 선고는 오는 27일 열린다.
홍 대표 측은 선행업체를 참고해 시술 상품 쿠폰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이후 위법성을 인지하고 2018년 11월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해명했다.
정부부처, 플랫폼 손 들어주면서도 갈등 중재에 소극적
이밖에 한국세무사고시회와 세금 환급 서비스 플랫폼 ‘삼쩜삼’의 법적 분쟁,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비정형 주택의 시세를 자동으로 산정하는 서비스 ‘빅밸류’의 법적 분쟁, 공인중개사협회와 부동산 플랫폼 ‘다윈중개’의 법적 분쟁 등이 계속 되고 있다.
법무부, 복지부와 중소기업벤처부는 플랫폼과 전문직역단체의 갈등에 있어서 대부분 플랫폼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적극적인 갈등 중재에 나서고 있지는 않다.
플랫폼과 전문가 집단 간의 사회적 합의를 만들면서 상생을 꾀해야 하지만, 전문직역 단체의 반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스타트업의 혁신을 뒷받침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 4일 경찰의 로톡 무혐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기존 사업자의 이익만 대변하는 협회나 단체와 법적 다툼을 해결하는 시간은,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들과 살아남기 경쟁에 심혈을 기울여야하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혁신을 저해하는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글로벌 기업의 진입으로 인한 국내 산업 위축과 이용자인 국민들의 불편과 소비자 후생 저하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로톡을 비롯한 모든 스타트업들이 혁신 서비스 제공하는 데만 전념할 수 있도록 괴롭히기식 형사고발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면서 “정부 역시 더 많은 스타트업이 혁신을 통해 시장의 성장과 소비자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일부 직역단체의 무분별한 고발에 대해 명확한 입장으로 스타트업을 보호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