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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웹툰‧웹소설 작가 창작 의지 꺾어버리는 ‘해외 불법 번역’

인기 웹소설 작가, 불법 번역 피해 호소
커지는 불법 시장...합법 시장까지 잠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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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기승을 부리는 해외 불법 번역 때문에 웹툰‧웹소설 작가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해외 불법 번역자들은 자신들의 불법 번역이 작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오히려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웹소설 ‘상수리나무 아래’를 연재한 김수지 작가는 5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불법 번역 유포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불법 번역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지 1년은 된 것 같다”면서 “1년 전부터 출판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애썼고, 오래 전에 한 번 내려가도록 조치를 취한 적도 있다. 그러나 불법 번역은 계속 됐고 중단해 달라는 출판사의 요청은 무시당했다”고 밝혔다.

 

김 작가에 따르면 정식 출간본이 나온 뒤에도 불법 유포가 계속됐고, 출판사의 도움을 받아 영문으로 불법 번역을 중단해달라는 요청글도 작성해 올렸지만 역시 무시당했다.

 

김 작가는 스포일러에 노출된 정식 독자들이 불법 연재본을 찾아 읽게 되는 상황, 해외 출간을 준비하는 데에 불법 번역본의 존재가 출판사와 작가에게 끼친 악영향 등을 강조하면서 “불법 번역본의 인기가 아무리 많아진다 한들 저에게는 어떤 영향도 없으며 직접적인 수익을 얻는 것은 불법 번역 사이트의 운영자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작가는 다시 블로그를 통해 ‘상수리나무 아래’의 본편을 2부에서 완전히 끝맺고, 팬서비스 차원에서 계획하고 있던 외전은 쓰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불법 번역 문제를 겪으며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다”면서 “더 이상 내 창작물이 무단으로 유포되는 상황을 참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불법 번역 문제는 실질적으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최대한 조용히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출판사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는 철저히 무시당했고, 고민 끝에 올린 공개적인 요청글까지 무시당하고 나니 저도 이제는 너무나 화가 난다”고 분노했다.

 

김 작가의 피해 사실이 알려진 이후 많은 웹툰‧웹소설 작가들이 자신이 겪은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이들에 따르면 불법 번역자들은 작가에게 직접 SNS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 ‘번역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불법 번역 사이트의 번역팀과 한 작품을 두고 싸움이 붙어, 작가에게 직접 중재를 요구하는 황당한 행태도 있었다.

 

불법 번역자들은 자신들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품을 번역했다고 주장하면서, 타 사이트로의 공유를 금지하거나 소비자들로부터 후원을 받기도 한다. 마치 자신이 작가라도 된 듯 행동하는 셈이다. 작가가 불법 번역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거나 법적 대응을 시사하면 단체로 작가의 SNS에 몰려가 악플을 달거나 ‘나의 노력 때문에 네 작품이 알려졌다’는 식의 주장을 이어가기도 한다.

 

전세훈 웹툰협회 회장은 6일 본지에 “해외불법번역팀 두 곳이 싸우면서 작가에게 상대방이 아닌 자신들에게 권리를 허락해달라는 국제메일을 보냈다는 해프닝은 사실 국내에서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 회장은 “‘돈이 없거나 아까워서 불법복제 웹툰을 보지만 작가 입장에선 홍보가 되고 좋은 것 아니냐’는 댓글을 버젓이 다는 독자들이 의외로 많다.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처벌 쉽지 않아...플랫폼, 공동 대응 중

 

해외에서 활개를 치는 불법 번역자들은 처벌이 쉽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웹툰 불법 유통으로 인한 피해액은 5488억 원에 달한다. 불법복제 침해율을 산정하는 페이지뷰(PV)를 집계한 결과 불법 웹툰 트래픽은 366억 뷰로 합법 웹툰의 트래픽(337억 뷰)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웹툰 사이트는 2018년 145개, 2019년 244개, 2020년 272개로 매년 늘어났는데, 이는 한글로 서비스되는 불법 사이트만 집계한 수치다. 외국어로 번역된 불법사이트까지 합산하면 세계적으로 총 2685개의 사이트가 운영 중이다. 합법 웹툰 플랫폼이 같은 해 31개에 불과한 것에 비교하면, 불법 웹툰이 합법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웹툰 플랫폼은 공동행동을 통해 불법 웹툰 유통을 근절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네이버웹툰 ▲레진엔터테인먼트 ▲리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키다리스튜디오 ▲탑코 ▲투믹스 등 국내 7개 웹툰 플랫폼은 지난해 10월 ‘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를 만들었다.

 

웹대협은 지금까지 ▲웹툰 불법 복제 사이트 운영자 및 유포자에 대한 민형사상 공동 대응 ▲정부기관과 공조를 통한 법제도적 개선 활동 ▲적극적인 불법유통사이트 단속 등 웹툰 산업 생태계 개선을 위한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세훈 회장은 “불법번역은 단순히 번역의 오류 문제 뿐만 아니라 불법 웹툰 사이트의 범람을 조장하는 고질적인 독버섯”이라면서 “작가에게 작품은 생명이나 다를 바 없다. 불법 사이트에 작품을 올리는 행위는 작가의 생명을 빼앗는 살인 행위와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솜방망이 처벌이 수년이 지나도 독버섯을 해결 못하는 원인”이라면서 “이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력하게 해야 한다. 불법 사이트들이 벌어들인 수익의 배를 벌금으로 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