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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솔루션] 통신장애 한 시간, 일상 마비됐다…‘디지털 블랙아웃’ 대비해야

오전 11시 20분께부터 KT 통신망 전국 장애
4차산업혁명 시대 치명적인 '통신재난'..."제도적 지원 혹은 규제, 합당한 보상 필요"
통신망 마비될 경우 디지털 블랙아웃 대비 방안으로 백업용 망 사용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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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e코노믹 = 이지혜 기자] KT의 인터넷 통신망이 25일 오전 11시 20분께부터 한 시간가량 장애를 일으키면서 전국에서 불편이 속출했다. 순식간에 일상이 마비되는 ‘통신 재난’을 체험한 순간이었다.

 

평일 점심시간에 발생한 통신 장애에 사회 곳곳이 혼란에 빠졌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는 가운데 벌어진 사고라 더 피해가 막심했다.

 

서울 서대문구 카페에서 일하는 박모씨(익명요청)는 “장사를 못 할 뻔했다. 카드기와 포스기가 작동을 안 하더라. 요즘 현금있는 사람이 적은데 KT를 쓰는 사람이면 계좌이체도 간편결제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2018년 아현 화재 때가 생각나 식은땀이 났다. 그때도 현금과 계좌이체만 받았는데, 이체가 들어와도 확인이 안 돼서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도 덧붙였다.

 

대학생 김모씨(25)는 “지금 대학교는 시험기간이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연결해 얼굴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시험 시간 직전에 연결이 안 돼서 손이 벌벌 떨렸다”고 전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개발자 송모씨(32)도 “일해야 하는데 인터넷이 안 돼서 짜증났다. 다른 직원들에게 연락하려고 하는데 인터넷만 안되는 게 아니라 전화도 안되더라”라고 토로했다.

 

일반 가게뿐만 아니라 병원, 약국 등에서도 전산이 마비되어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KT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면서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 공격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고 통신 장애 원인을 설명했다.

 

강휘진 서강대 ICT융합연구소 교수는 이날 본지에 “라우팅 경로 설정 등을 잘못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도메인 네임 서버 같은 경우는 이중화‧삼중화 되어 있어서 실시간 백업이 가능하다. 기술적으로는 5~10분 내에 대처할 수 있게끔 장비가 되어 있는데 이를 수행하지 못한 것은 KT측 엔지니어들의 운영 역량이 미흡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더불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시 20분께 KT의 통신 장애가 발생한 뒤 약 30분 후에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이처럼 대응 절차를 가동한 것은 아주 적절했다”면서도 “과기정통부는 KT가 문제를 고쳐주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초연결사회’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전쟁이 발생하면 통신부터 끊어버린다는 말이 실감난다”, “집에 혼자 있는데 인터넷이 아예 연결되지 않아 외부와 단절됐다. 고립감이 들어서 무서웠다”, “IT 세상이 좋다지만 통신망 하나가 마비된다고 안되는 게 이렇게나 많다니, 공포감이 든다”는 등의 글이 쏟아졌다.

 

4차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영향으로 디지털 전환이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통신 장애는 사회를 마비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재난’으로 변했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전산망, 산업용 로봇, 의료나 금융 등 사회 필수 시스템도 멈춰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블랙아웃(Digital Blackout)’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블랙아웃이란 정전, 통신장애 등으로 디지털 기기들이 사용 불가능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강휘진 교수는 “통신망 관리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 혹은 규제, 그리고 인터넷 장애로 인해 피해를 본 시민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면서 “세심한 배려들이 있지 않으면 디지털 통신 블랙아웃이 일어날 가능성과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회사가 큰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통신재난과 관련해서는 잘못한 것이 있어도 벌금 등 규제가 없다”면서 “시민들이 겪은 불편에 대해 요금을 깎아준다거나,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논리적이고 합당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블랙아웃에 미리 대비하는 방안으로는 하나의 통신망이 마비될 경우 백업용으로 연결된 다른 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경우 대부분 망 이중화를 진행해둔 상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은 KT 이외에도 SKT, LG유플러스 등의 복수 통신망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어 피해가 없었다.

 

스타벅스의 경우에도 전체 매장의 60% 이상을 현금없는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 결제시스템이 KT 통신 장애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스타벅스는 2017년부터 KT와 LG유플러스의 유선인터넷, SKT의 무선인터넷을 모두 사용한 ‘3중 통신망’을 구축해놓은 상태다.

 

정부도 망 이원화에 힘쓰는 중이다. 지난달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를 열고 의결한 ‘2022년 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KT‧S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 통신 4사는 2022년 내에 신규 지정시설에 대한 통신망‧전력공급망 이원화를 완료할 예정이다.

 

2019~2020년 통신망 이원화가 적용된 시설은 679개다. 내년 말까지 대상시설 893개 중 99.3%의 통신망, 95.7%의 전력공급망을 이원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밖에 인공지능(AI), 센서 등을 활용해 사이버 공격이나 화재, 장애 징후 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