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지혜 기자] 은행에서 인공지능(AI) 은행원과 상담을 진행할 미래가 가까이 다가왔다. 은행권은 ‘가상인간’을 활용, 실제 은행원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기술 도입을 앞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16일 영상합성 기술 스타트업 라이언로켓과 AI뱅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과 음성을 합성, 특정인물의 외모나 자세, 목소리를 반영한 가상의 은행원을 구현한다. 실제 우리은행 직원의 외모와 목소리가 반영될 예정이다. 이렇게 구현된 AI뱅커는 상담하는 고객의 음성을 분석하고 이해해 실제 은행원이 상담하는 것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은행은 다음달부터 직원연수 프로그램(AI교수)과 행내 방송(AI아나운서)에 AI뱅커를 우선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향후 스마트 키오스크 화상상담 업무 등 점차 업무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5일 여의도 신관에 AI체험존을 열었다. 두 개의 키오스크에서 AI가 제공하는 상담서비스를 경험하거나, 은행업무 상담이 가능한 AI은행원을 만나볼 수 있다.
AI은행원은 통장개설과 청약, 예적금, IRP, 대출 등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해당 AI은행원 서비스에 대해 음성합성, 영상합성,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기술이 적용돼 실제 은행원과 같은 품질로 상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바타 AI는 KB신사옥에 대한 소개와 KB국민은행의 인공지능 방향 소개, 금융용어학습모델(KB-ALBERT) 안내, 키보드로 입력한 문장을 읽어주는 기능 등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에 아바타 AI를 공급한 머니브레인AI의 김경수 마케팅팀장은 16일 본지에 “AI 은행원을 적용하면 언택트 시대에 대면접촉 없이 고객 응대가 가능하고, 중장년층이 일반 키오스크 대비 쉽게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사람처럼 실수를 하지 않아 금융사고가 없으며, 연중무휴 금융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손잡고 AI은행원 ‘네온’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온은 삼성전자가 소개한 인공인간으로, AI 머신러닝과 그래픽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존재다.
신한은행은 네온에게 고객 응대, 금융상담 서비스 등을 맡길 예정이다. 비대면 채널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대화형 금융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인간 형상과 비슷한 그래픽은 없지만, 고객 상담이 가능한 ‘AI챗봇’ 서비스도 고도화 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16일 자사 AI 챗봇 서비스 ‘오로라’의 지식품질 관리기능을 고도화했다. 300만 건의 챗봇 상담이력 분석, 11만 건의 지식 정비를 통해 챗봇이 고객의 질문 의도를 더 정확히 인식하고 답변의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지식체계를 만든 것이다.
지식품질관리 고도화에는 업계 최초로 정답유사율, 체감정답률 등 새로운 지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매일 3만 건 이상의 챗봇 상담이력을 전수조사, 사용자 질의에 따른 정답유사율 평균 96%를 유지 중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 7일 AI챗봇 ‘비비’를 고도화했다. KB스타뱅킹, 리브(Liiv), 인터넷뱅킹, KB스타알림, KB마이머니 앱에서 언제든 이용가능한 비비는 실제 직원처럼 과거 가입 경험이나 보유상품 및 검색 이력 등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 상품을 추천해준다. 또 초성 또는 단어 입력을 통해 질문을 자동완성, 간편한 상담을 제공한다. 조회 및 이체 기능을 탑재한 대화형 뱅킹서비스도 제공한다.
금융당국, AI 활용 검증할 테스트베드 만든다
은행권이 이처럼 AI 활용에 힘을 쏟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AI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알고리즘 유효성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정성, 투명성 제고를 통한 신뢰 확보를 위해 2분기 중으로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은 지난 13일 도규상 부위원장 주재로 ‘제7차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금융분야 AI 활용이 늘고 있지만, 투자분야를 제외하면 AI 활용에 대한 법제상 규율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AI 운영 가이드라인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도 논의됐는데 이 가이드라인이 통과되면, 금융AI는 실제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거나 판매도 할 수 있게 된다.
연구용역을 총괄한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과보고서에서 챗봇 등 AI 기반 대화형 에이전트를 활용한 고객응대, AI 기반 신용평가, 대출심사, 보험심사, 사기 탐지 등에 법제도와 인프라 설계에 있어 중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금융상품 판매에 AI가 활용되는 경우 상품판매규제의 적용과 그 위반에 따른 책임 문제, AI가 명확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한 채 의사결정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도입될 경우에 따른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AI 기반 고객 응대를 할 때는 금융소비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 이해도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금융상품 판매 시 불완전판매 등 설명의무와 관련한 법적 리스크가 주요한 장애요소가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소비자의 금융독해력이나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 수준을 평가하는 방법이 고도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독해력 측정이 가능하면 개인에게 맞춤형 설명이 가능해진다.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AI 기반 대화형 에이전트 출시 전 이를 실제 시연, 자발적으로 참여한 금융소비자의 리스크 인지도를 측정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양질의 데이터 확충을 위해 AI 학습 및 교육용 합성데이터를 개발하고, 금융대화형 AI를 위한 ‘금융말뭉치’ 데이터 세트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말뭉치란 금융상품과 상품의 자문 및 판매에 특화된 전문적 내용이 축적된 대화형태의 데이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