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story] 팔리는 차보다 남는 차…현대차가 방향을 바꿨다

  • 등록 2026.04.08 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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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산업 복합위기 속 현대차의 생존 전략 해부

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목표를 낮췄다. 그게 솔직한 것이다.

 

올해 초 현대차가 공시한 연간 판매 목표는 415만 8300대다. 전년 실적보다 0.38% 낮게 잡았다. 완성차 업체가 스스로 목표를 하향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수치를 낮춰 잡았다는 건 그만큼 외부 환경을 무겁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배경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미국 관세, 전기차 캐즘,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 2025년에도 현대차는 해외 판매에서 목표치를 1.1% 밑돌았다. 북미는 버텼지만 유럽과 아태 지역이 흔들렸다. 지금 현대차가 맞닥뜨린 시장은 한 방향으로 위기가 오는 게 아니다.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면서 회사가 내세운 키워드는 '수익성'이다. 많이 팔기보다 제대로 팔겠다는 것. 2026년 영업이익률 목표를 6.3~7.3%로 잡았는데, 2025년 실제치 6.2%보다 높다. 볼륨은 줄이되 마진은 지키겠다는 선언이다.

 

관세 충격, 생각보다 덜했던 이유

 

작년 내내 시장을 긴장시켰던 미국 자동차 관세는 결국 15%로 확정됐다. 처음 거론됐던 25%보다 낮아졌고,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의 현지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관세 부담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게 됐다.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관세율 인하로만 연간 4조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 합산 판매는 2025년에 8% 증가했다. 2026년도 5% 추가 성장이 예상된다. HMGMA 공장 가동 확대와 하이브리드 모델 투입이 맞물린 결과다. 관세 공포가 주가를 짓눌렀던 것과 달리, 실제 영향은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봉합되는 모양새다.

 

문제는 미국 밖이다. 유럽은 2%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이고, 한국 내수는 사실상 정체다. 인도가 6% 성장으로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푸네 신공장 가동이 올해 본격화되면 인도 비중은 더 커질 것이다.

 

전기차 올인에서 멀티 파워트레인으로

 

2~3년 전 현대차의 전략 발표를 돌아보면 전기차에 집중된 시나리오가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HEV(하이브리드),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EV, FCEV(수소전기차)까지 네 가지 파워트레인을 동시에 밀고 간다.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555만 대를 목표로 잡았는데, 그 중 60%에 해당하는 330만 대를 친환경차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지금의 전기차 캐즘을 하이브리드로 버티면서 전기차 전환을 지속하는 구조다. EREV는 중국 시장 공략을 겨냥한 포석이기도 하다. 배터리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엔진을 발전기로 쓰는 EREV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올해 2분기에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가 적용된 첫 차량이 출시될 예정이다. 연내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페이스 카 개발 완료도 목표다. 하드웨어를 표준화하고, 소프트웨어로 차별화한다는 방향이다. 테슬라가 먼저 걸어간 길이지만, 현대차는 그걸 기존 내연기관·하이브리드 고객들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17조 8천억을 어디에 쏟는가

 

올해 현대차의 총 투자 계획은 17조 8000억 원이다. R&D에 7조 4000억, 설비투자(CAPEX)에 9조, 전략투자에 1조 4000억 원. 이 숫자를 보면 지금 현대차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보인다.

 

R&D 비중이 크다는 건 하드웨어보다 기술에 돈을 쓴다는 뜻이다. 자율주행, AI, SDV 전환이 핵심 방향이다. 자율주행은 2027년 말까지 레벨 2+ 수준을 양산차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아트리아 AI'를 통해 HD맵 없이도 구동되는 자율주행 기술도 개발 중이다. HD맵 의존성을 줄이면 운영 비용과 확장성 모두 개선된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5개년 투자 계획은 77조 3000억 원에 달한다. 단순 제조업 기업이 이 규모를 쏟는 건 방향 전환에 그만큼 진심이라는 의미다.

 

지금 현대차의 진짜 숙제

 

하반기에 출시될 SDV 페이스 카가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자동차 업종의 현재 PER은 5배 후반대, 배당수익률은 4~6% 초반으로 저평가 영역이다. 관세 이슈가 해소되고 신차 사이클이 맞물리면 주가 반등 여지가 충분하다는 논리다.

 

다만 숙제도 남아 있다. 중국 내 경쟁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이는 BYD, 리샹 같은 현지 업체들과의 싸움이다. 유럽은 규제 압박과 수요 둔화가 겹쳐 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중심 전환은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차 안에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

 

볼륨보다 수익성, 전기차 올인보다 멀티 파워트레인,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현대차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은 맞다. 그 방향이 실제 시장에서 통하는지는 올 하반기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박재형 기자 jaypark21@todayeconom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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