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얼굴로 음란물...학교 파고든 딥페이크 성범죄에 '발칵'

  • 등록 2024.08.28 09: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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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속한 학교 목록 300여곳 공유...학교· 교육청등 '딥페이크 주의보'

 

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최근 SNS 등에 게시된 지인 얼굴 사진을 합성한 성적 영상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에서 공유하는 '딥페이크 음란물'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심지어 아직 청소년인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까지 유행처럼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배포에 가담해 충격을 주고 있다. 

 

딥페이크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기존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한 영상 편집물을 말한다.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드는 사람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나 교사, 심지어 친족 등 지인을 상대로 SNS나 채팅 프로필, 졸업사진 등을 수집한다. 기존 음란물에 AI 기술을 이용하여 지인의 얼굴을 합성한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후 겹지방(겹치는 지인이 있는 채팅방)을 만들어 피해자의 지인이 속하는 채팅방에서 음란물을 공유하거나 성희롱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피해자를 협박할 음란물 제작비용으로 금전거래까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에는 '지인능욕' '겹지인방'이라는 타이틀로 검색하면 방마다 최소 수백명의 이용자가 모여 있었다. 문제는 중·고등학교의 타이틀을 단 딥페이크 음란물 채팅방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나 선후배, 교사 등의 SNS나 졸업앨범 등에서 사진을 캡처해 딥페이크에 악용하는 것이다.

 

거론된 학교 목록만 300개... 학생 피해자 속출

 

"저희 아이도 피해자가 됐어요"

 

학부모들이 많이 모여있는 지역 커뮤니티에는 피해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지역카페의 학부모는 아이 실명과 학교까지 노출하여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한 또래 가해자에 분노를 표했다. 또한 "인스타 등 SNS에 아이 사진이 공개되어 있다면 다 내리던지 비공개로 전환하라"고 조언하는 글을 올렸다. 

 

SNS X(구 트위터)의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 지역/학교 목록' 계정에는 학생 딥페이크 피해자가 속한 전국의 중·고·대학교의 목록을 공유하고 추가로 제보를 받고 있다. 

 

 

피해자가 있다고 제보된 학교 목록만 300개가 넘자 학부모들은 "우리 지역에 이렇게 많은 피해학교가 있냐" "우리 아이 학교도 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딥페이크 음란물이 유통되는 채팅방은 지역과 출신년도, 학교이름까지 포함해 텔레그램만 깔면 쉽게 접할 수 있어 청소년의 피해가 더 심각하다. 딥페이크 피해자의 한 부모는 본지에 "정말 감쪽같이 속을 정도로.. 포토샵이나 합성이 아니고 진짜 같았다"며 "아이가 한창 예민할때라 많이 힘들어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유통되는 사진의 수위는 심각했다. 기자가 접한 딥페이크 합성물은 적나라한 여성의 나체 사진에 지인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으로 채팅방에서 공유되고 있었다.

 

다른 피해자의 학부모는 최근 지인의 제보로 피해사실을 알게됐다.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한 가해자로 같은 학원을 다닌 선배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면서 "우리아이가 피해자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내가 걱정할까봐 말을 못하고 혼자 알고 있었다는 것이 마음아프다"고 말했다.

 

 

학교·교육청 '딥페이크 등 성범죄 특별 주의보' 

 

일선 중·고등학교까지 피해자가 확산되자 교육청 및 학교는 대책마련에 나섰다. 대전교육청은 디지털성범죄 예방을 위한 '딥페이크 등 성범죄 특별 주의보'를 발령하고 특별 교육주간을 마련할 계획이라 밝혔다. 서울지역의 한 대학교 학생회는 '딥페이크 주의보' 팝업을 게시했다.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는 26일 긴급공지를 띄워 "딥페이크로 제작, 유포, 검색을 절대 금지하며 형사처벌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교육청은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즉시 112에 피해신고를 알리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피해 범위가 점차 광범위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디지털성범죄는 무한 복제·유포 등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초동대처'가 중요한 만큼 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하다가 붙잡히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범행 대상이 미성년자이면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등으로 처벌 수위가 더 높아진다. 미성년자임의 성착취물임을 알면서도 이를 구입하거나 소지,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1년 이상의 법정처벌을 받을 수 있다.

 

피해상담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연락하거나 여성긴급전화 1366을 이용하면 된다.

이혜진 기자 00700hj@todayeconom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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