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0 (토)

  • 맑음동두천 10.1℃
  • 맑음강릉 16.6℃
  • 맑음서울 14.1℃
  • 맑음대전 12.5℃
  • 맑음대구 14.7℃
  • 구름많음울산 17.8℃
  • 맑음광주 14.5℃
  • 맑음부산 20.5℃
  • 맑음고창 11.2℃
  • 구름많음제주 18.8℃
  • 맑음강화 11.3℃
  • 맑음보은 8.6℃
  • 맑음금산 9.7℃
  • 맑음강진군 12.7℃
  • 구름많음경주시 15.0℃
  • 맑음거제 18.0℃
기상청 제공

AI platform

조현준의 ‘AI 전력 승부수’ 통했다…효성중공업, 美 빅테크서 3865억원 수주

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효성 조현준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투자를 확대해 온 미국 전력 인프라 사업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대형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9월 한 달 동안 미국 빅테크 기업 2곳으로부터 3865억원 규모의 초고압변압기를 수주하면서 조 회장이 추진해 온 미국 현지 생산과 전력 토털 솔루션 전략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빅테크 기업 2곳과 총 3865억원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에 수주한 제품은 각각 2200억원 규모의 765kV 초고압변압기와 1665억원 규모의 345kV 초고압변압기다. 미국 남부와 북부 지역에 신규 건설되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수주는 단순한 전력기기 공급을 넘어 AI 산업 확대에 따라 급성장하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효성중공업이 핵심 공급업체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조 회장이 수년 전부터 미국 현지 생산능력 확보에 투자하며 AI 시대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해 온 전략이 최근의 수주 확대와 맞물리고 있다.

 

조 회장은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전력기기 산업이 장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판단하고 변압기와 차단기뿐 아니라 HVDC(초고압직류송전), 스태콤(STATCOM),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전력망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조 회장은 “AI 시대를 맞아 전력 인프라 수요가 폭발하며 60년 만의 슈퍼사이클이 왔다”며 “변압기, 차단기는 물론 HVDC·스태콤·ESS 등 전력 안정화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경쟁력을 기반으로 효성중공업을 5년 안에 글로벌 톱3로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특히 주목한 시장은 미국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데다 노후 송전망 교체와 전력망 현대화까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발전설비뿐 아니라 변압기와 차단기, 송전망, 전력 안정화 설비 등을 대규모로 확충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사실상 전력 확보 경쟁으로 옮겨가면서 안정적인 전력기기 공급 능력도 빅테크 기업들의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조 회장은 이 같은 시장 변화를 일찌감치 미국 현지 생산체제 구축으로 연결했다.

 

효성중공업은 2020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인수한 이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증설이 마무리되면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특히 효성중공업은 설계와 제작 난도가 높은 765kV급 초고압변압기 분야에서 높은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0년대 초부터 미국 765kV 초고압변압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며 현재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kV 초고압변압기의 절반 가까이를 공급했다.

 

현지 생산기지 확보는 최근 글로벌 전력기기 공급 부족 상황에서 더욱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 변압기는 주문부터 납품까지 장기간이 필요한 제품인 만큼 생산능력과 납기 대응력이 수주 경쟁력을 좌우한다.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보한 효성중공업이 현지 고객의 공급망 안정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조 회장은 변압기 중심이었던 미국 사업을 차단기와 전력 안정화 솔루션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북미 에너지 인프라 기업 콴타와 초고압차단기 합작법인을 설립해 72.5kV부터 800kV까지 초고압차단기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변압기에 이어 차단기까지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면서 미국에서 전력기기 패키지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한 것이다.

 

9월 초에는 변압기·차단기 등 전력설비와 ESS·마이크로그리드·스태콤 등 전력 안정화 솔루션 설계 인력을 한 조직에 모은 ‘데이터센터사업팀’도 신설했다.

 

개별 전력기기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전력설비와 안정화 시스템을 통합 제공하는 ‘원스톱 파트너’로 사업 모델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조 회장은 “데이터센터를 아무리 지어도 전력 공급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효성의 전력기기와 솔루션 역량을 결집한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시장의 성장 속도도 빠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연평균 15% 증가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신규 전력 인프라에 약 500억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초고압변압기뿐 아니라 72.5kV부터 800kV급 초고압차단기까지 공급할 수 있는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으며 전력망 안정화 설비인 스태콤 수주도 확대하고 있다. 향후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증가할수록 개별 전력기기보다 종합적인 전력 인프라 구축 역량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에서도 전력 인프라 슈퍼사이클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효성중공업의 올해 8월까지 신규 수주액은 약 9조30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주액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회사는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기존 8조4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상향했다.

 

전력기기 시장의 호황에 올라탄 것을 넘어 AI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수요처를 선점하기 위해 생산기지와 제품군, 조직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전략은 한 단계 더 장기적인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이 제시한 ‘글로벌 톱3’ 목표 달성 여부도 결국 미국 시장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대 전력시장인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는 가운데 멤피스 현지 생산기지와 변압기·차단기·전력 안정화 시스템을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이 효성중공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년 전 미국 생산기지 확보에 나선 조현준 회장의 승부수가 AI 전력 인프라 슈퍼사이클을 만나 효성중공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