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한화시스템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위성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핵심 정보를 추출하는 ‘우주 AI 솔루션’을 해외 시장에 처음 공개했다. 위성 제조와 운용을 넘어 영상 분석과 지상 무기체계까지 연결하는 우주·방산 통합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시스템은 현지시간 9일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동유럽 최대 규모 방위산업 전시회 ‘MSPO 2026’에서 글로벌 우주·방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우주 AI 솔루션 론칭 행사’를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시뮬레이션 영상이 아닌 실제 운용 중인 위성이 촬영한 동유럽 지역 영상을 활용해 AI가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우주 AI 솔루션은 다양한 지구관측 위성이 지상국으로 전송한 영상 데이터를 AI가 판독·분석한 뒤 사용자에게 필요한 핵심 정보를 추출해 제공하는 기술이다.
AI가 위성 영상에서 항공기와 선박, 차량 등 주요 객체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움직임과 상황 패턴을 분석한다. 평상시와 다른 변화나 이상 징후를 찾아내는 기능도 수행한다.
기존 위성 정찰에서는 방대한 영상을 확보하더라도 전문 분석 인력이 직접 영상을 판독하고 정보를 추출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AI 분석 기술을 적용하면 위성에서 수집되는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분류하고 관심 정보를 선별할 수 있어 정보 획득에서 실제 의사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위성 영상 수집과 AI 분석, 핵심 정보 추출, 지휘관 의사결정 지원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것을 우주 AI 솔루션의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군사 분야에서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병력이나 장비의 이동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변화 양상을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재난·재해 분야에서도 홍수나 산불, 지진 등이 발생한 지역의 사고 전후 영상을 비교해 건물과 도로, 지형 변화 등을 분석하고 피해 범위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전자광학(EO) 위성과 합성개구레이다(SAR) 위성 데이터를 함께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EO 위성은 카메라와 유사한 방식으로 지상을 촬영해 직관적이고 정밀한 영상을 확보할 수 있지만 구름이나 기상 상황, 야간 촬영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SAR 위성은 지상으로 전파를 보내 반사되는 신호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생성하기 때문에 주·야간이나 날씨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SAR 영상은 일반 광학사진과 달리 흑백 레이다 영상으로 표현돼 전문적인 판독이 필요하다. 한화시스템은 AI를 적용해 SAR 영상에서 항공기와 선박, 차량 등을 초 단위로 식별하고 영상 품질을 개선하는 한편 EO 영상과 융합해 정보 정확도와 활용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번 솔루션은 한화시스템이 추진하고 있는 SAR 위성 사업과도 연결된다.
한화시스템은 1m급을 시작으로 0.5m와 0.25m급 소형 SAR 위성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현재 0.15m급 해상도를 목표로 하는 초저궤도(VLEO) 초고해상도(UHR) SAR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지상에 있는 작은 물체를 더욱 세밀하게 구분할 수 있지만 위성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역시 크게 늘어난다. 고해상도 위성과 AI 영상 분석 기술을 결합하면 위성이 촬영한 방대한 영상 가운데 실제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화시스템이 위성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위성을 제작해 공급하는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위성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해 군과 정부, 민간 고객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제공하는 서비스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상 무기체계와의 연계도 추진한다. 한화시스템은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 한화의 타격체계와 사격지휘체계(FDC)를 우주 AI 솔루션과 연결하기 위한 전용 인터페이스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위성이 특정 지역을 정찰하고 AI가 영상에서 표적과 주요 변화를 분석한 뒤 관련 정보를 지상 지휘체계에 전달하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위성 기반 감시·정찰과 지상 타격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할 경우 탐지부터 분석, 지휘결심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번 공개는 한화시스템이 우주사업의 무게중심을 위성 제조에서 데이터와 AI 서비스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향후 초저궤도 SAR 위성과 AI 영상 분석, 지상국 및 데이터 처리 인프라를 결합하면 위성에서 데이터를 확보한 뒤 분석·활용하는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사업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초저궤도 SAR 위성과 우주 AI 데이터센터 등을 연계해 독자적인 ‘우주-지상 융합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이번 우주 AI 솔루션은 EO와 SAR 위성 영상을 통합 분석하는 기술로 위성 데이터의 가치를 단순 수집을 넘어 즉각적인 정찰·전술 정보로 전환할 수 있다”며 “초저궤도 SAR 위성과 우주 AI 데이터센터 등을 연계한 독자적인 우주-지상 융합 인프라를 완성하고 글로벌 방산·우주 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