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오는 10월부터 시외·고속버스 요금이 9% 오른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승객이 돌아오지 않는 가운데 인건비와 유류비까지 상승하면서 버스업계의 경영난이 심화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요금 인상만으로 버스업계의 위기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년간 시외·고속버스 이용객이 절반 이상 줄어든 데다 노선과 터미널까지 잇따라 사라지고 있어서다. 특히 철도가 닿지 않는 지방에서는 버스 산업의 위기가 주민들의 이동권 문제로 번지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오는 10월 1일부터 시외·고속버스 운임 상한을 각각 9% 인상한다. 2023년 7월 5% 인상 이후 3년 만이다.
버스업계는 그동안 인건비와 유류비 등 운송원가 상승을 이유로 시외버스 17%, 고속버스 20.1% 수준의 인상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원가 검증 결과와 이용자 부담 등을 고려해 실제 인상률을 9%로 결정했다.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급격한 승객 감소가 꼽힌다. 시외버스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19년 약 54만명에서 지난해 27만명 수준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고속버스 역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인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통계를 보면 시외·고속버스 이용객은 2005년 2억8337만명에서 지난해 1억1839만명으로 20년 사이 58.2% 줄었다.
승객이 줄자 버스와 노선도 함께 사라졌다. 같은 기간 운행 버스는 9582대에서 5961대로 37.8% 감소했다. 지난해 시외·고속버스 노선은 총 3203개로 10년 전 4584개보다 30.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터미널 2018년 326곳서
지난해 285곳으로 줄어
버스산업의 위기는 지역 터미널 폐쇄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여객자동차터미널은 2018년 말 326곳에서 지난해 말 285곳으로 줄었다.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3월까지 폐업하거나 운영을 중단한 민영터미널은 44곳에 달한다.
경기 고양 화정버스터미널이 2023년 폐업했고 경북에서도 성주군 시외버스터미널을 비롯해 울진 기성공용터미널, 삼근공용버스터미널, 의성 도리원버스터미널 등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터미널 폐쇄가 더 이상 지방 소도시만의 문제도 아니다. 1979년 문을 연 대전 서남부터미널도 이용객 감소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폐업 위기에 놓였다.
터미널이 사라지면 단순히 버스를 타는 장소 하나가 없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해당 지역을 오가는 노선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터미널 주변 상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가용 이용이 어려운 고령층과 학생 등에게는 생활권 자체가 좁아질 수 있다.
반면 철도 이용객은 증가하고 있다.
고속철도 이용객은 2019년 7091만명에서 지난해 9271만명으로 약 2180만명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승객을 회복하지 못한 시외·고속버스와 대조적이다.
문제는 모든 지역에 철도가 연결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고속철도 이용이 편리한 지역에서는 버스를 대신할 교통수단을 선택할 수 있지만 철도가 닿지 않는 지역에서는 시외버스 노선 하나가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의 이동 선택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버스업계의 위기가 지역 간 ‘교통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다. 버스는 그동안 철도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을 경쟁력으로 내세웠지만 10월부터 운임이 9% 오르면 철도와의 가격 차이가 더욱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요금이 높은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일부 구간에서 고속철도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질 수 있다.
결국 요금 인상으로 업체의 수익성을 일정 부분 개선하더라도 승객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금이 오르면 이용객이 다시 줄고, 승객 감소가 다시 노선 감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