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신한금융그룹(회장 진옥동)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장관 배경훈)와 '디지털 취약계층의 AI 역량 강화 및 안전한 디지털 금융 이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룹 차원의 디지털 금융교육 인프라를 국가 공공사업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신한금융이 자체 운영해온 금융교육센터 '신한 학이재'를 국가 AI디지털배움터로 지정·활용하고, 향후 디지털역량지원센터로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학이재는 점포 폐쇄로 남은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만든 교육시설로, 현재 인천·수원·부산·광주 4곳에서 운영 중이다.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과 모바일 뱅킹 실습을 중심으로 취약계층 금융소비자보호 활동을 벌여왔다.
이번 협약에서 신한금융은 세 가지를 약속했다. 학이재의 국가 배움터 지정·활용, 과기정통부의 AI·디지털 전문강사 양성과정(연 1천 명 규모)에 금융교육 인력과 콘텐츠를 지원하는 것, 그리고 금융교육 플랫폼 '신한 conSOLe'을 통해 생활밀착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conSOLe은 실제 슈퍼SOL 화면을 그대로 옮겨와 모바일 뱅킹, 보이스피싱 예방·피해구제, 숨은 자산 찾기 등을 직접 실습해볼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웹 기반 교육 플랫폼이다.
왜 지금 협약인가 — 줄어드는 피해액, 그러나 진화하는 수법
배경에는 최근 보이스피싱 통계의 이중적인 흐름이 있다. 정부합동수사단과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참여한 범정부 종합대책의 영향으로, 2025년 10월부터 2026년 4월까지 7개월 연속으로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와 피해액이 함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문자스팸 발생량도 5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치만 보면 개선되는 듯하지만, 범죄의 성격은 오히려 까다로워지고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한때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던 대출사기형은 2019년 3만 건을 넘던 것이 2025년 1만 건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검찰·경찰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은 2016년 3384건에서 2025년 1만3323건으로 약 4배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순한 대출 유도보다 신뢰를 이용한 정교한 사기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셈이다. 이런 수법은 판단력이 흔들리기 쉬운 고령층에게 특히 위협적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디지털 격차 문제도 여전하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2015년 46%에서 2024년 71%까지 올라왔지만, 일반 국민 대비로는 아직 큰 차이가 남아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로 범위를 좁히면 격차는 더 뚜렷해진다. 60대 이상에서는 서비스를 아예 모른다거나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났다. 기술은 계속 앞서가는데, 이를 따라잡는 속도는 세대별로 크게 벌어져 있다는 뜻이다.
KISA와도 별도 협력 — 위협정보 연계해 이상거래 탐지 강화
신한금융은 이날 협약과는 별개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도 보이스피싱·스미싱 대응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KISA가 보유한 위협정보를 그룹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에 연계하고, 악성 앱을 점검·치료하는 '스마트폰 보건' 환경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교육을 통한 예방과 시스템을 통한 탐지, 두 축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기기 사용법을 넘어 자산을 지키는 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 시대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차별 없이 AI·디지털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AI디지털배움터와 같은 모범적인 민관협력 사례를 발굴·확산해 국민 누구나 첨단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AI·디지털 교육은 단순히 기기 사용법을 알려드리는 것을 넘어 금융사기로부터 국민의 자산을 지키는 일"이라며 "그룹의 온·오프라인 금융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누구도 디지털 변화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과기정통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점포 축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폐쇄된 지점 공간을 교육 거점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다른 금융지주로 확산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점포는 줄어도 취약계층과의 접점을 완전히 끊지 않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