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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폴더블 '3종 체제'로 판 흔든다…애플 진입 앞둔 선제 방어전

울트라 신설·화면비 변경으로 라인업 재편…가격은 내리고 올리는 '이원화' 승부수
제미나이 인텔리전스 전면 배치, 워치·스마트글래스까지 AI 생태계 총력전

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전략을 근본부터 다시 짰다.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6'에서 공개된 신제품은 갤럭시 Z 폴드8, 폴드8 울트라, 플립8 등 3종이다. 폴더블 역사상 처음으로 '울트라' 등급이 신설됐고, 기존 폴드의 상징이던 화면비마저 바꿨다.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하반기 애플의 폴더블 시장 진입을 앞둔 방어선 구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폴드8은 '와이드', 울트라는 '정통'…계산된 분화

 

이번 라인업 개편의 핵심은 폴드의 이원화다. 폴드8은 접었을 때 138.4mm(5.5형, 10:16 비율), 펼쳤을 때 193.2mm(7.6형, 4:3 비율)의 새 화면비를 채택했다. 펼친 화면이 가로로 넓어져 영상 시청과 게임, 전자책에 최적화된 형태다. 무게도 201g으로 역대 폴드 중 가장 가볍다. 접으면 일반 스마트폰, 펼치면 콘텐츠 감상용 소형 태블릿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반면 처음 등장한 폴드8 울트라는 기존 폴드의 화면비를 물려받으면서 사양을 끌어올렸다. 메인 디스플레이 203.1mm(8.0형), 펼쳤을 때 두께 4.1mm로 역대 폴드 중 가장 얇다. 후면에는 2억 화소 메인 카메라와 함께 폴드 시리즈 최초로 5천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가 들어갔다. 8K 영상 촬영과 야간 촬영 기술 '나이토그래피'까지 더해 촬영부터 편집, 콘텐츠 제작을 기기 하나로 끝내는 구성을 갖췄다.

 

같은 폴드라는 이름 아래 콘텐츠 소비형과 생산성·카메라 특화형으로 제품을 갈라놓은 셈이다. 바(bar)형 플래그십에서 S 시리즈가 기본·플러스·울트라로 분화하며 수요를 흡수했던 공식을 폴더블에 그대로 이식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플립8 역시 역대 가장 얇고 가벼운 180g으로 다듬어졌고, 커버 화면 '플렉스윈도우'는 펼치지 않고도 AI 기능과 앱 연동을 쓸 수 있게 개선됐다.

 

가격표에 담긴 메시지…볼륨은 낮추고 프리미엄은 올렸다

가격 정책은 이번 개편의 의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폴드8(256GB)은 227만8천100원으로 전작보다 10만원 넘게 내려간 반면, 울트라는 257만7천300원, 플립8은 168만3천원으로 각각 19만8천원씩 올랐다.

 

진입 장벽을 낮춘 폴드8로 폴더블 대중화의 볼륨을 키우고, 지불 의사가 확실한 최상위 수요는 울트라로 끌어올려 평균판매가격(ASP)을 방어하는 구조다. 폴더블 시장이 더 이상 삼성의 독무대가 아니라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2025년 폴더블폰 출하량은 삼성전자가 40%, 화웨이가 30%를 차지하며 양강 체제를 구축했지만, 아이폰 폴드가 출시되면 삼성 31%, 화웨이 23%로 점유율이 내려가고 애플이 28%를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6년 글로벌 폴더블 출하량이 전년 대비 21% 증가하고, 애플의 시장 진출이 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전체 파이는 커지지만 삼성의 몫은 줄어드는 국면이다. 애플 폴더블의 초기 수요는 주로 아이폰 사용자에게서 나오겠지만, 안드로이드 사용자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게 카운터포인트의 분석이다. 애플이 실제 제품을 내놓기 전에 '폴더블은 삼성'이라는 인식을 굳히고, 가격대별 선택지를 촘촘히 깔아두는 것이 이번 3종 체제의 노림수로 읽힌다.

 

구글과의 밀착…AI 에이전트 주도권 경쟁

 

하드웨어 못지않게 무게가 실린 것은 AI다. 올해 3월 S26 시리즈에서 첫선을 보인 에이전트형 AI가 이번에 폴더블 전 제품으로 확대됐다. 구글과 협업해 최초 탑재한 '제미나이 인텔리전스'는 사용자의 화면과 맥락을 읽어 배달·예약·쇼핑 등 40여개 앱을 알아서 실행하고, 주변 식당 검색과 예약, 일정 관리 같은 복합 작업을 스스로 처리한다.

 

이는 스마트폰 경쟁의 축이 사양에서 'AI가 대신 일해주는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화면 멀티태스킹이 강점인 폴더블은 에이전트 AI의 작업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며 쓰기에 유리한 폼팩터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윤정 연구위원은 더 넓어진 디자인의 삼성 신제품이 여러 작업을 동시에 표시하고 여러 앱에서 AI 기능을 활용하려는 사용자에게 폴더블 경험을 더 자연스럽게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온디바이스 AI의 핵심을 구글 제미나이에 기대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플랫폼 종속 논란을 다시 부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워치·스마트글래스까지…메타가 장악한 시장에 도전장

 

함께 공개된 갤럭시 워치9과 워치 울트라2는 심장 건강 점수, 일일 유산소 부하 등 맞춤형 건강 가이드를 강화했고, 배터리 수명도 각각 20%, 35% 늘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스마트글래스 '인텔리전트 아이웨어'의 신규 디자인 2종이다. 젠틀몬스터, 워비파커와 협업해 안드로이드 XR 기반으로 개발했으며 연내 출시된다.

 

메타가 세계 스마트글래스 시장의 약 80%를 차지한 가운데, 삼성·구글 연합의 진입이 경쟁 구도를 바꿀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스마트폰과 워치, 글래스를 하나의 AI로 묶는 생태계 전략은 애플·메타와의 차기 격전지를 미리 선점하려는 포석이다.

신제품은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국내 사전 판매를 거쳐 다음 달 7일 전 세계 순차 출시된다. 3종으로 늘어난 라인업 중 어느 모델이 주력으로 자리 잡을지, 그리고 하반기 아이폰 폴드 등판 이후에도 삼성이 1위 자리를 지켜낼지는 이번 사전 판매 성적에서 첫 가늠자가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