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국가데이터처가 어제(11일) 발표한 '2026년 5월 고용동향'은 불편한 숫자를 담고 있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2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 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줄어든 건 2024년 12월(-5만 2000명) 이후 17개월 만이다.
올해 흐름을 보면 방향이 뚜렷하다. 1월 10만 8000명 증가, 2~3월 20만 명대 증가, 4월 7만 4000명 증가로 이미 증가 폭이 줄어들더니 5월에 결국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3%로 0.5%포인트 하락했다. 하락 폭은 2021년 2월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반도체가 못 구하는 일자리
역설이 선명하다. 5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05% 급증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7000선을 돌파했다. 그런데 같은 달 취업자는 줄었다.
이유는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 반도체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고용 유발 효과가 낮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57조, 수십조씩 벌어도 그 돈이 직접적인 일자리로 이어지는 비율이 제조업 평균보다 낮다. 수출이 좋아지면 GDP와 무역수지는 개선되지만, 동네 공장과 중소 제조업체 직원 수는 따로 논다.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달 14만 명 감소했다. 2019년 2월(-15만 1000명)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자동차 부품, 철강, 화학 등 중동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줄어든 업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농림어업도 12만 1000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도 8만 9000명 줄었다.
청년 25만명이 사라졌다
가장 충격적인 숫자는 청년 고용이다. 15~29세 청년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25만 5000명 감소했다. 2021년 1월(-31만 4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청년 고용률은 43.8%로 2.4%포인트 하락했고, 이 역시 2021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청년 고용률은 2년째 하락세다. 코스피 8000을 논하는 나라에서 청년 넷 중 하나 이상이 일자리를 못 찾고 있다. 취업 문이 좁아지자 구직 포기자도 늘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65.2%로 0.4%포인트 떨어졌다는 건 취업 시장에 나오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17만 1000명, 30대는 6만 2000명 각각 늘었다. 고령층 일자리 증가와 청년층 일자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다. 실업률은 2.9%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중동 전쟁이 고용 시장을 두 갈래로 갈랐다
중동 전쟁의 영향이 고용 시장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났다. 유가 급등으로 원자재 비용이 오르고 물류 차질이 생기면서 제조업 현장의 생산이 줄었다. 수출 주력 대기업은 반도체 호황으로 거대한 이익을 냈지만, 그 아래 납품업체와 내수 제조업체들은 비용 압박으로 고용을 줄였다.
KDI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5%로 제시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개선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어제 발표된 고용 수치는 그 성장이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출 주도 성장이 고용 시장 전반의 온기로 퍼지기까지는 구조적 간극이 있다.
숫자는 역대 4위인데 체감이 다른 이유
정부는 "5월 기준 15세 이상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은 역대 4위, 15~64세 고용률은 역대 2위로 전체적인 고용 수준은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절대 수치만 보면 고용시장이 붕괴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증가에서 감소로의 전환, 그것도 청년 25만 명이 빠진 감소라는 방향성이 문제다. 반도체 수출이 205% 뛰고 코스피가 연고점을 갈아치우는 동안 취업자 수가 줄었다는 건, 지금 한국 경제의 성장이 얼마나 좁은 곳에 집중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고용 한파는 더 길어질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든다. 반도체 수출 577억 달러와 청년 일자리 25만 5000개 감소. 두 숫자가 같은 달 같은 나라에서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