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1년 만에 또 유증이다.
지난 2일 NH투자증권이 최대주주인 NH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40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2025년 7월 6500억 원 유증에 이어 불과 11개월 만이다. 두 번의 유증을 합산하면 1조 500억 원이 넘는 자본이 외부에서 수혈됐다.
조달 목적은 세 가지다. IMA(종합투자계좌) 사업 자본 확충, 기업금융·모험자본 투자 확대, 리테일 신용공여 한도 증대. 윤병운 대표는 "단기적 자본 확충을 넘어 미래 성장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했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긍정론: IMA는 증권업의 다음 판이다
긍정적으로 보는 쪽의 논리는 분명하다. IMA는 증권사가 은행처럼 고객 자금을 받아 기업대출·회사채 등 기업금융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구조다. 예금자보호는 없지만 원금 이상의 상환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시중은행의 여신 기능을 증권사가 일부 흡수하는 모델로,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제도다.
NH투자증권은 올해 IMA 인가를 받았고 1호 상품 'N2 IMA1' 모집금액 4000억 원이 기간 내 완판됐다. 시장 수요가 실제로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이 사업 구조가 자본을 많이 먹는다는 점이다. 고객 자금을 운용하면서 원금 이상의 상환 능력을 유지하려면 자기자본이 두꺼워야 한다. 자본 없이는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없다.
2025년 유증의 전례도 긍정론의 근거다. 당시 6500억 원을 조달한 뒤 이자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 늘었고, 운용 및 기타 손익은 556% 급증했다. 2025년 연간 순이익 1조 3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를 달성했다. 증권가에서 2026년 순이익을 1조 3938억 원으로 35.1% 추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배경이다. 자본을 넣었더니 실적으로 돌아왔다는 선례가 있다.
발행가 조건도 긍정론의 근거 중 하나다. 이번 유증은 발행가를 기준가격에서 할인 없이 정했다. 저가 발행으로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되는 일반적인 유증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부 투자자가 아닌 최대주주 단독 참여라 경영권 변동도 없다.
비판론: 1년 만에 또 유증, 구조적 문제다
비판론은 속도에서 출발한다. 2025년 7월 6500억을 조달하고 11개월 만에 4000억을 추가로 필요로 한다는 건, 사업 모델이 자본을 소진하는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뜻이다. IMA가 구조적으로 자본 집약적인 사업이라는 점은 회사도 인정한다. 하지만 반복적인 유증은 자본 효율성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NCR이 경쟁사보다 낮다는 점도 시선을 끈다. 1분기 기준 NH투자증권의 영업용순자본비율은 159.3%다. 법적 기준(100%)은 넘지만 주요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건 회사 스스로도 인정했다. 자본 여력이 타이트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구조적 취약점이다.
내부통제 리스크도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다. 지난해 10월 고위 임원이 내부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적발됐고, 금융당국이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윤병운 대표 주도로 내부통제 전담 태스크포스가 꾸려졌지만, 사건이 완전히 수습됐다고 보기엔 이르다. 모험자본·기업금융 투자를 확대하는 사업 구조에서 내부통제 문제가 재발하면 고객 자금 운용에 직결되는 리스크가 된다.
금리 인상 환경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7~8월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기업금융·모험자본 투자를 늘리면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고, 투자 대상 기업들의 상환 능력도 악화될 수 있다. IMA로 끌어온 고객 자금에 원금 이상 상환 의무가 있는 구조에서 금리 인상기 모험자본 투자는 위험 부담이 배가된다.
핵심은 IMA가 돈을 버느냐다
결국 이 유증의 성패는 IMA 사업 수익성으로 귀결된다.
1호 상품이 완판됐다는 건 시작점이다. 문제는 이 자금을 어디에 투자해서 얼마를 벌어 고객에게 돌려주느냐다. 기업대출이나 회사채 투자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NH투자증권이 원금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코스피 8000을 넘어 활황인 지금은 기업 신용도가 양호하지만, 경기가 꺾이는 국면에서 모험자본 투자 손실이 터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한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의 2026년 예상 ROE를 11.6%로 제시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5배. 아직 장부가를 밑도는 평가다. 유증으로 자본이 늘어도 그 자본이 충분한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ROE는 더 내려간다. 증자가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려면 자본 투입 대비 이익이 따라와야 한다.
NH투자증권이 IMA라는 새 판을 선점하려는 의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자본을 쏟아붓는 속도와 내부통제 완성도, 금리 인상기 모험자본 투자 리스크가 동시에 검증받는 시간이 지금부터 시작됐다.


